지난 2년간 신작의 계속된 흥행 실패로 부진에 시달리던 게임 명가 엔씨가 부활의 날갯짓을 편다. 2024년부터 출범한 김택진 창업주와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 이후 시작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의 효과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신작 반응부터 달라졌다. 2021년 내놓은 리니지W 이후 성과를 거둔 작품이 없던 과거와 달리, 최근 내놓은 신작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두 게임의 매출을 받쳐 줄 예정작도 이어진다. 신더시티와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반등에 성공한 엔씨의 다음 목표는 게임업계 꿈의 실적이라 불리는 ‘매출 5조원’ 달성이다. 박 대표는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엔씨소프트’에서 ‘엔씨’로 바꾸며 새출발을 알린 뒤, 2030년 매출 5조원 달성의 뜻을 직접 밝혔다.
◆효자 IP… 아이온2 밀고 리니지클래식 끌고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2024년 26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침몰하던 엔씨의 반등을 이끈 것은 두 개의 신작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와 올해 2월 선보인 리니지 클래식이 나란히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각각 엔씨의 인기 게임인 아이온과 리니지를 재해석해 내놓은 게임이다. 오랜 기간 회사 매출을 책임진 효자 지식재산권(IP)이 다시 회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두 게임의 흥행은 수치로 확인된다. 아이온2는 출시 이후 올해 2월 초까지 약 171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특히 올해 초 게임에 불법 접속하는 계정을 차단하기 위해 2주간 신규 이용자 유입을 막았는데도 매출이 꺾이지 않고 계속 상승세다. 게임 시장 흥행 척도를 측정하는 PC방 점유율 지표도 상위권이다. 아이온2는 출시 이후 PC방 점유율 10위권 이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일 게임트릭스 기준으로는 전체 8위(3.13%)를 기록했다.
◆박병무 체제서 비효율 줄여 이익↑
두 신작의 흥행 뒤에는 박 대표 취임 이후 단행된 내부 체질 개선이 자리한다. 사내 위기감이 고조되자 엔씨는 2024년 3월 외부 출신인 박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김 창업주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회사 경영은 박 대표가 맡는 체제가 완성됐다. 박 대표는 임기 시작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5000명을 넘던 본사 직원을 3000명대로 줄였다.
과거 엔씨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도 손질했다. 개발 일정을 지키지 못해도 시간을 추가로 주던 관행을 끊고, 기한 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도록 했다.
게임 품질보단 수익 모델 개발에만 치중하던 회사 체질도 완전히 바꿨다. 개발 주도권을 사업팀에서 개발팀으로 넘긴 것이다.
사업팀은 수익 모델, 개발팀은 게임 자체 개발과 그래픽 품질 상승에 관여하는 팀이다. 사업팀은 2017년 리니지M의 대성공을 주도하며 회사 내서 존재감을 키웠다. 막대한 수익을 벌어다준 사업팀을 향한 회사 경영진의 신뢰가 굳건했다. 이때부터 게임 개발은 개발팀이 아닌 사업팀이 주도하는 형태가 됐다.
사업팀이 게임 개발을 주도하며 회사 이익은 급증했지만, 이는 곧 패착이 됐다. 회사는 과거 리니지의 성공에 빠진 나머지 시장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만 계속 만들었다. 엔씨가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상품만 내놓을 때, 게임 그래픽과 품질 작품성은 퇴보했다. 시장 대세는 과금 유도가 심한 게임이 아닌 대다수 대중이 즐기는 ‘저과금 게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엔씨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었다. 뒤늦게 과금 유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 방향을 틀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변화를 택한 엔씨는 신작 개발 주체를 사업팀서 개발팀으로 바꿨다. 수익 모델보단 게임 품질 상향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경영 방향은 확인됐다. 박 대표는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작 게임 연달아 공개… 매출 5조 목표
엔씨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다양한 신작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여러 신작을 내세워 2030년까지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활용한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서바이벌 슈팅 게임 ‘타임테이커스’를 올해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슈팅 게임 ‘신더시티’도 올해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 제작에도 시동을 건다. 조작이 쉽고,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없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은 진입장벽이 낮다. 다른 게임보다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쉽고, 해외 진출도 빠르게 할 수 있다. 엔씨는 저스트플레이, 무빙아이, 리후후, 스프링컴즈 등 유럽, 동남아,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바일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사들이며 신작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사명을 바꾸며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엔씨는 이번 주총에서 사명을 ‘엔씨소프트’에서 ‘엔씨’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 1997년 창립 이후 29년 만의 첫 사명 변경이다.
자회사 NC AI·NC QA·NC IDS 등과의 명칭 통일을 꾀한 동시에, 글로벌 게임사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새로 구축하겠단 목표다.
박 대표는 “올해부터 회사 핵심 IP(지식재산권) 가치 극대화, 글로벌 신규 IP 확보, 모바일 캐주얼 사업 확장 등 세 가지 핵심 축을 통해 예측 가능한 지속 성장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