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임대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 중심 구조가 약화되며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계약 방식이 바뀌는 데 그치지 않고 주거 방식 자체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2026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전월 대비 9.3%,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도 이 같은 시장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한다.
새로운 주거 개념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코리빙(Co-living·공유주거)’이 대표적이다. 코리빙은 개인이 침실 등 최소한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면서 주방·거실·라운지 등 공용 공간과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공유하는 주거 형태로, 단순 임대를 넘어 커뮤니티와 관리 서비스가 결합된 ‘서비스형 주거’로 평가된다.
◆서울에만 8491세대… 코리빙 시장 확대
국내에서 코리빙 시장은 에피소드(SKD&D)·맹그로브(MGRV)·셀립(우주프로퍼티매니지먼트)·홈즈컴퍼니(홈즈컴퍼니) 등 민간 사업자들이 ‘운영형 주거 모델(운영사가 시설 관리와 입주자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서울에 운영 중인 코리빙 하우스는 총 47개, 세대 수 기준으로는 총 8491세대 규모로 조사된다.
코리빙은 기존 원룸이나 오피스텔보다 월 임대료가 100만∼150만원 수준(2025년 기준)으로 낮지 않은 편이지만, 관리비와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구조여서 체감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개수수료가 없고 보안과 시설 관리 수준이 높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영등포·종로·마포·서초 등 주요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공급이 집중된다. 직주근접 수요가 높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입지 전략이라는 평가다.
투자 시장에서도 코리빙은 새로운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캐나다 연기금(CPPIB),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글로벌 사모펀드 KKR 등 해외 자본이 국내 코리빙 운영사와 합작 투자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데 호텔이나 오피스 자산을 매입해 리모델링이나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자본 진입… 코리빙 ‘제도권 시장’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한국 코리빙 시장은 1인 가구와 전문직·외국인 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소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투자자문사 대표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코리빙 시장은 현재 개인과 소규모 운영자 중심에서 대기업과 글로벌 자본이 주도하는 제도권 자산화 진입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쿄는 코리빙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이다. 주로 1~2인 가구의 안정적 장기 거주 수요가 중심이다. 홍콩은 극심한 토지 부족과 공공주택 중심 구조로 대학생과 청년층 중심의 수요 특화 시장이다. 호주 등에서는 ‘장기 임대용 주택’ 모델이 제도 정착 단계에 있다. 장기 임대용 주택은 개발·투자자가 건물을 직접 보유하며 임대와 운영을 맡는 구조로, 장기 거주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각에선 코리빙이 전세를 대체하는 주류 주거 형태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코리빙은 임대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단기·유연 거주에 적합한 구조”라면서도 “전세의 대체재라기보다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보완적 모델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