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자는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약을 장기간 먹으면 오히려 골절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허연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만 66세 노인 3만2771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해 이 같은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5일 연구팀에 따르면 약물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골절 위험이 4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약물 복용자 중 장기 복용 그룹의 골절 발생률은 7.8%로, 단기 복용 그룹(4.9%)을 크게 웃돌았다. 약물 개수별로는 5~9개를 복용한 그룹이 0~1개 복용 그룹보다 골절 위험이 29% 높았다.
특히 복용 약물에 항콜린성 성분이 많을수록 위험은 더 커졌다. 항콜린성 성분은 감기·알레르기 비염약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를 비롯해 과민성 방광, 위장 질환, 파킨슨병, 우울증 치료제 등 일상에서 흔히 처방되는 약제에 두루 포함돼 있다. 이 성분이 몸속에 쌓이면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해 낙상과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항콜린성 부담이 낮은 상태라도 6개월 이상 복용하면 골절 위험이 55% 높아졌고, 부담이 높은 상태에서 장기 복용을 지속하면 최대 65%까지 상승했다. 고관절 골절의 경우 약물 개수만으로는 위험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6개월 이상 장기 복용 시에는 위험이 4.25배까지 급증했다.
손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약물의 개수·종류와 골절 위험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번 연구는 복용 기간이 골절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간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의료진은 처방 약물의 개수를 줄이는 것과 함께 복용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노인의학’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