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첫 부활절 미사에서 “사람을 죽이고 파괴하는 전쟁의 폭력”에 맞서는 희망을 강조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자, 약한 자를 괴롭히는 자 그리고 이득을 우선시하는 자들을 비판했다. 교황은 현재 진행 중인 이란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쟁이 인간성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를 강조했다. 교황은 전날 열린 부활절 성야 미사에서는 “불신과 두려움, 이기심과 원망이 인간의 마음을 짓누르고, 전쟁과 불의, 고립을 통해 서로 간 유대를 끊어놓고 있다”며 “이런 장애물에 마비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활절을 앞둔 성(聖)금요일인 3일 교황은 로마에서 십자가의 길 예식을 열었다. 십자가의 길 예식은 사형 선고를 받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14가지의 사건을 떠올리며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기도다. 콜로세움 주변 또는 인근 언덕을 따라 이동한다.
교황은 이번 예식에서 14가지 사건을 뜻하는 전 구간에서 직접 약 1.5m의 가벼운 나무 십자가를 들고 걸었다. 교황이 직접 십자가를 드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게 교황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전세계 시민과 연대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종려주일 미사에서도 교황은 “예수는 전쟁을 거부하며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교황이 특정한 인물이나 상황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등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미국의 고위 관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기도 모임을 주관하면서 “자비의 가치가 없는 이들에 대한 압도적인 폭력”을 위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