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수부대 수백명 투입… 이란 한복판서 36시간 만에 구출 [美·이란 전쟁]

실종 조종사 어떻게 구했나

수십대 전투기·헬기 등 전방위 동원
CIA, 이란군 교란·실종자 위치 파악
이란, 먼저 확보 위해 현상금도 걸어

트럼프, 구출 성공에도 사실상 ‘굴욕’
“이란 방공망 초토화” 주장 무색해져

대이란 군사작전에 투입된 미군 F-15E 전투기와 A-10 공격기가 이란군의 공격에 격추된 것은 지난 3일(현지시간)이다. 탑승자 3명 중 1명은 이란 영토에 특수부대까지 투입해 약 36시간 만에 겨우 구출됐다. 개전 후 처음으로 이란에 의해 자국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이란 방공체계를 무력화했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미군 A-10 공격기. AFP연합뉴스

CBS뉴스, CNN 등 복수 미국 매체가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F-15E 스트라이크 이글과 미군 A-10 선더볼트Ⅱ 워트호그가 각각 이란 남서부와 호르무즈해협 인근 키슘섬 남단에서 격추됐다. 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대공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이란 국영매체가 보도했다.

 

A-10에 단독 탑승한 조종한 1명은 구조됐다. 격추된 F-15E 전투기에 타고 있던 2명은 비상탈출했다. 미군은 수색·구조용 헬기 HH-60G와 C-130 급유기를 투입해 1명을 먼저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 2대도 이란군의 공격을 받아 일부 탑승자가 부상했지만 기지로 복귀했다.

美 F-15E 조종사 탈출 흔적 이란 국영매체가 공개한 미군 전투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의 사출 좌석 모습. 지난 3일(현지시간) F-15E가 격추되면서 미군 조종사 2명이 탈출했다. 
유튜브 캡처

나머지 1명인 무기체계 장교는 미군의 작전으로 4일 구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실종 장교 구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역사상 가장 대담한 수색 및 구조 작전 중 하나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실종자)는 다쳤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종 미군 찾기에 미국과 이란은 수색전을 벌였다. IRGC는 실종자가 있는 지역에 병력을 파견하고, 현상금까지 걸며 주민들에게 수색을 독려했다. 이란이 실종자 신병을 확보한다면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팀6’ 대원들을 비롯한 수백 명의 특수부대원과 기타 군 병력, 수십 대의 미군 전투기, 헬리콥터, 사이버, 우주 및 기타 정보 역량이 동원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작전 핵심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 ‘팀6’은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성공시킨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호신용 권총 한 자루로 무장한 장교는 탈출 후 24시간 넘게 이란군을 피해 도주했으며, 한때 해발 7000피트(약 2134m) 높이 산을 오르기도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실종자가 구조된 것처럼 이란군을 교란하고, 실종자 위치를 파악했다. 미군 공격기는 이란군 수송 차량 행렬이 실종 장교가 숨어 있는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폭탄을 투하했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 때문에 이란인 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작전 마지막 단계에서 특공대원과 구출한 장교를 태우고 이동하려던 미군 수송기 2대가 이란 외딴곳에 고립됐다. 미군은 새로운 수송기를 투입해 병력을 데려오는 한편, 불능 상태가 된 기존 수송기는 이란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폭파했다.

널브러진 美 항공기 5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 공식 매체인 세파 뉴스가 조종사 수색에 투입된 미군 항공기를 격추했다며 공개한 사진. 불에 탄 항공기 잔해가 지면에 널브러져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항공기가 피격된 것이 아니라 미군에 의해 의도적으로 폭파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파 뉴스 제공·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사령부는 “적군의 구조 작전을 저지했다. 블랙호크 헬기 2대와 C-130 군용 수송기를 격추했다”고 미국 발표와 다른 주장을 내놨다.

 

성공적인 구출작전에도 전투기 격추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굴욕’이다. 이란 방공 전력을 초토화했다는 트럼프 행정부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이란 해·공군, 방공망이 모두 파괴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국 BBC는 미 전투기가 격추된 것은 이란이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여전히 자국 영공을 방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미 정보당국도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수 시간 만에 ‘미사일 벙커’를 복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외부에서는 지하 벙커가 파괴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이란이 신속하게 발사대를 복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