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둘러싼 지방정부 재정 부담 논란에 대해 “재정 부담 증가는 말이 안 된다”며 정면 반박했다. 추경안에 지방정부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정부 추경안의 적절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연일 추경안 처리 속도전과 당위성을 내세우는 가운데 정부 추경안 손질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과의 7일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어느 정도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비 총 6조1400억원 중 지방비는 20∼30%인 1조3200억원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다룬 언론 기사 링크와 함께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에서 지방정부 재정 여력 보강을 위해 지방정부에 주는 돈(지방교부세라 호칭)은 9조7000억원이고, 지원금 사업에 드는 지방정부 부담금은 1조3000억원이니 지방정부 재정 여력은 8조4000억원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지방의 재정 부담이) 명백히 줄었다”며 “이건 초보 산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추경안을 통해 확대되는 지방정부 재정 여력에 대한 자율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고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해당 기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년도 제1회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국고보조율이 80%(서울은 70%)로,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분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비가 약 4조8200억원, 지방비가 1조3200억원 투입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추경안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 명목으로 4조8252억원을 편성했다. 보고서는 “지자체별 재정력과 소득분포를 고려한 국고보조율 다층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업은 강제가 아니니 지방정부는 20∼30% 부담이 싫으면 안 해도 된다”면서도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금 중 중앙정부가 70∼80% 부담해 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조금 더 부담해 주기를 바랄 수는 있지만”이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 위기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대해 ‘민생경제 전시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번 추경안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7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회담을 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N 인터뷰에서 “이번 추경은 불가피하다”며 “상황이 더 장기화될 경우에는 이 추경 외에도 하반기에 추가적인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담에선 의제에 별도 제한 없이 자유롭게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추경안을 둘러싼 논의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 수석은 “(회담의) 핵심 이슈는 아무래도 중동전쟁에 따른 국내외적 위기 상황”이라며 “그 외에 우리 국내 정치상황이나 기타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다 열려 있다”고 했다. 개헌 문제 역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정부가 제출한 약 26조원 규모 추경안의 10일 본회의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KBS 방송 인터뷰에서 “10일까지 (여야 간) 조율을 잘 마쳐서 추경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즉각 우리 국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고유가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포함한 5대 증액사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공급망 붕괴로 물약통, 수액팩, 주사기까지 필수 의료 소모품 품귀현상이 우려를 넘어 ‘의료 마비’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핵심 의료 소모품을 즉시 국가 필수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원자재가 생산라인에 최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강력한 행정 조치를 시행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