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시범사업에 참여한 24개 대학 중 20곳에서 입학 정원이 미달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3개 대학은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 등 교육부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시범사업 지위를 반납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서미화 의원실이 각각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취합한 결과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시범사업에 참여한 24개(전문대 20개, 일반대 4개) 대학 중 1학기에 입학 정원을 채운 곳은 4곳(서정대·충북보건과학대·신성대·마산대)에 그쳤다. 시범사업 참여 대학 중 83%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대학의 평균 미충원률은 전문대 9%, 일반대 5% 수준이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3월 정부가 계획을 발표한 뒤 8월 24개 대학을 선정하면서 본격화했다.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폭증하는데 공급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정책으로, 외국인 요양보호사 인력을 대학에서 직접 양성한다는 취지다.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요양보호사로 취직하면 특정활동(E-7-2) 비자로 전환된다.
지난해 법무부가 배정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유학생 연간 정원 1092명이었으나, 대학별 정원과 실제 입학 인원은 이보다 크게 적었다. 정원 외 모집으로 선발한 곳을 제외하고 총 정원은 736명, 실제 비자 신청은 568명, 1학기 등록 인원은 538명이었다. 비자 신청 현황 기준은 나라별로 베트남(220명)이 가장 많았고, 미얀마(161명), 우즈베키스탄(61명), 몽골(34명), 네팔(24명) 순이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정원 미달에 관해 2학기에 추가 모집하는 곳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경남 창신대 경우 40명 정원에 22명만 입학했으나 2학기(9월) 입학생은 18명을 확보했다.
시범사업 대학 지위를 반납한 곳도 3곳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광주 지역의 호남대에서 100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이 학위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가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광주 서영대와 경북 호산대는 각각 교육부의 대학 기관평가 인증과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 기준에 미달해 시범사업 대학 지위를 내려놨다.
교육 여건을 둘러싼 의문 속에서도 정부는 대학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법무부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발표에서 광역지자체별 우수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선정하고 전문 학위 과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입학 정원보다 실제 요양보호사 배출 인원이 더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용재 호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입학한 학생들이 한국의 요양 시장을 제대로 알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제 근로조건을 알면 중도 이탈하거나 제조업 등 다른 곳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재경 대한요양보호사협회 회장도 “학위를 딴다 해도 요양보호사로 최종 근무하는 인원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처우라면 편의점이나 더 쉬운 업무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처우를 최저임금의 최소 120%로 설정한다든지 내외국인 구별 없이 근로조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와 법무부가 올해 시행하겠다고 한 ‘요양보호사 전문연수 과정’은 없던 일이 됐다.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베트남 현지에서 간호인력을 100명을 모집 공고했는데 지원자는 7명에 그쳤다. 당시 양부처는 현지에서 재모집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베트남 정부와 논의가 중단됐다”며 “베트남 외 국가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고, 정책 효율성을 고려해 양성대학 제도 안착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