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는 190여명의 독자가 모인 가운데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에세이 첨삭 대결이 펼쳐졌다. 행사는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대표 저서 ‘공부란 무엇인가’의 개정 증보판 출간에 맞춰 출판사 어크로스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함께 마련한 독자 이벤트였다.
이날 행사에서 ‘인간 대표’로는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동아시아 정치사상사와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는 김 교수가, ‘AI 대표’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가 각각 나섰다.
먼저 주최 측은 행사를 위해 사전에 독자들로부터 자유 주제로 된 900자 이내의 짧은 에세이를 공모했고, 공모작 30편 가운데 3편을 골라 ‘클로드 오퍼스’와 김 교수에게 각각 사전 첨삭을 맡겼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다루지 않고, 논리적 흐름이나 문장구조, 문체의 일관성, 사회적 맥락 등을 고려해 첨삭하라는 것이 둘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과제였다.
공개된 첨삭 결과, AI와 김 교수의 첨삭 사이에는 일치된 지점도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떫은감협회’에서 ‘한국감협회’로 명칭이 변경된 데 대한 아쉬움을 담은 글을 두고선 AI와 김 교수 모두 도입부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집안일을 주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눈높이 차이에 대한 글에선 둘 다 지나치게 긴 열거 표현을 꼬집었다.
하지만 김 교수와 AI가 주목하고 강조한 포인트는 크게 달랐다. 가령 AI가 글 전체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진 문체의 마지막 문장을 지적하며 일관된 스타일을 요구한 반면, 김 교수는 “독자가 ‘낙차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AI와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AI는 군더더기를 걷어낸 경제적인 글쓰기와 일관된 흐름을 지향한 반면, 김 교수는 미묘한 의미를 고려한 적절한 단어 선택이 이뤄졌는지를 살피면서 주어진 텍스트 밖에서 더 좋은 에세이가 되기 위한 제안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