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어도 찍는다’ 홍어·레몬 먹이는 부모… 유튜브 아동 6%, 인권침해 [심층기획-콘텐츠가 된 아이들]

2025년 아동 출연 유튜브 영상 분석
해로운 연출 등 81건… “보호 필요”

유튜브 출연 아동 6%가 인권 침해
부모 ‘악의’ 아닌 ‘무지’가 부른 학대
놀이 공간이 수익 창출 촬영장 변질
한번 올린 영상 평생 따라다녀 ‘박제’
“아동이 영상에 보이지 않을 권리도”
해외 ‘키즈 유튜브 허가제’ 등 보호
韓은 ‘권고’ 수준에 그쳐 규제 사각
#1. 지난해 구독자가 10만명이 넘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부모가 아기에게 레몬을 먹이는 ‘쇼츠’(짧은 영상)가 올라왔다. 맛을 본 아기는 금세 표정을 찡그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메라를 든 아빠는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재차 레몬을 권하자 아기는 고개를 휙 돌리며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너무 귀엽다”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2. 지난해 구독자 약 4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에는 한 연예인이 육아를 체험하는 콘텐츠가 올라왔다. 아기가 있는 집에 직접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상 중간 실명 등 아기에 관한 신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편집으로 영아의 알몸 사진이 화면에 노출됐다. 이 영상은 300만명이 넘게 시청했다.

 

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Chat GPT 생성

해당 영상들은 모두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지난해 실시한 ‘2025년 온라인·방송 아동인권보호 모니터링’에서 아동의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확인한 영상들이다. 첫 번째 아기가 레몬을 먹는 영상은 아동의 의사에 반하는 식사로, ‘아동의 건강한 의·식·주 권리 보장’을 침해한다고 판단됐다. 두 번째는 아동의 사생활을 훼손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영상으로 분류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의 모니터링 결과 유튜브에 출연한 아동 100명 중 약 6명은 이처럼 인권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에는 아동이 출연하는 영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아동의 인권이 폭넓게 보장받기 위해서는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 개선과 보호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로운 콘텐츠 연출 1위·사생활 침해 2위

 

아동권리보장원은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 중 국내 아동(18세 미만)이 출연하는 영상 1300건을 분석했다. 아동권리 관련 총 7개 영역으로 나눠 15개 문항으로 구성한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영상들을 살폈다.

 

5일 아동권리보장원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1300건의 아동 출연 영상 중 81건(6.2%)이 아동의 인권 보호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아동에 해로운 콘텐츠 연출 및 강요’가 35건(43.2%)으로 가장 많았다. ‘폭주’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에는 성인이 미성년자를 헬멧 없이 오토바이에 태워 장거리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신체적 위험을 유도하는 행위로 분류됐다.

 

이어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27건(33.3%), ‘교육적·윤리적 부적합’ 21건(25.9%), ‘아동의 특성에 따른 차별’ 12건(14.8%), ‘자기 결정 및 참여의 권리 침해’ 4건(4.9%), ‘아동의 건강한 의·식·주 권리 보장 침해’ 3건(3.7%), ‘아동 최우선의 이익 침해’ 1건(1.2%) 등의 순이었다.

 

◆“아동 발달 침해 우려… 부모가 신중해야”

 

어린 자녀에게 홍어를 먹인 뒤 뱉으려고 하자 머리채를 잡고 제지하는 모습, ‘사회 실험’ 콘텐츠를 위해 아동이 타인에게 모래를 던지게 강요하는 모습, 아빠가 우는 아이를 달랜 뒤 “머리통 한 대를 콱”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위협하는 모습, 엄마가 딸에게 물건이 떨어졌을 때 여자는 다소곳하게 주워야 한다고 가르치며 아동 특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담긴 모습 등의 사례들이 포함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직전년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아동의 이름, 학교 등이 노출되는 개인정보 침해 사례나 공포 상황 연출로 울리고 놀라게 하기, 꿀밤 때리기, 아동이 울고 있음에도 달래주지 않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

 

유튜브에 출연하는 아동의 인권 침해 문제는 확연히 눈에 띄지 않는 경향성을 가진다. 신체적 폭력과 학대의 양상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모의 ‘악의’가 아닌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실제 아동권리보장원과 경찰청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함께 논의한 결과 시급하고 중대한 학대 의심 사례로 분류된 건 없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성인의 재미를 위해 아동에게 수치심이나 공포를 주는 행위나 아동의 의사에 반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생활·놀이 공간인 가정이 마치 촬영장이 돼 아동의 순수한 ‘놀이권’이 침해받고, 수익을 위한 ‘노동’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자녀를 유튜브에 출연시키는 건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건 아니다. 올라오는 영상은 ‘박제’가 돼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며 “자녀의 정서발달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동이 영상에 보이지 않을 권리도 있다. 부모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규제 사각지대

 

하지만 유튜브에 아동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콘텐츠가 올라와도 이를 제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인터넷 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는 ‘권고’ 수준에 그친다.

 

국회에서는 2021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현 민주당 대표)이 아동 대중문화예술인의 활동 시간제한, 부모가 영상 촬영 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구독자 30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키즈 유튜버가 2017년 도로 한복판에서 장난감 차를 타는 영상 등을 올려 아동 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진 게 계기였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15세 미만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35시간으로 정하는데, 이는 영화·드라마 등 대중문화예술 제작물만 포함돼 유튜브는 범위 밖에 있다.

 

해외에서는 아동 유튜버들을 보호하려는 제도가 있다. 프랑스는 15세 이하 청소년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 부모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키즈 유튜브 보호법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키즈 유튜브 허가제를 두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동권리보장원은 영상 제작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2023년 관련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제작 단계에서는 아동·청소년의 건강권·학습권·휴식권 등을 보장해야 하고, 신체적·정서적·심리적으로 보호하며 촬영해야 한다. 또 성적 대상으로 묘사해선 안 되고 부당한 차별의 대상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

 

유통 단계에서는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아동이 성장 후에 불편하거나 부끄럽게 여길 장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유형별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