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는 데 드는 금융 부담이 1년 만에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가구 소득이나 집값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0.9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59.6) 대비 1.3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3분기 연속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으로 돌아선 셈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중간 가격의 주택을 살 때 원리금 상환이 얼마나 부담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60.9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의 60.9%를 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소득의 약 16% 수준이다.
◆ 범인은 ‘금리’... 소득 그대로인데 이자만 불었다
이번 지수 상승의 결정적인 원인은 대출금리 인상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주택 가격이나 가구 소득은 큰 변동이 없었다”며 “은행 대출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리는 지난해 3분기 연 3.96%에서 4분기 연 4.23%로 올랐다.
◆ 서울은 ‘초비상’... 소득 42.4%가 대출 원리금
지역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5.1로 전 분기보다 9.9p나 급등했다. 이는 2023년 2분기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 폭 역시 2022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소득으로 환산하면 서울 거주 가구는 소득의 42.4%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의 지수가 가장 높았으며 상승 폭도 가장 가팔랐다.
서울 다음으로는 세종(97.3)과 경기(79.4)가 뒤를 이으며 수도권과 주요 도시의 부담이 여전히 높음을 시사했다. 반면 전남은 28.4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 향후 전망... 금리 인하 시점이 변수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득 증가 속도가 대출 이자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 소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 부담을 낮출 유일한 열쇠는 금리 인하뿐”이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은행권의 가산금리 조정 여부가 향후 주택 시장의 실질적인 진입 장벽을 결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