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재킷이 아니라 레인 재킷이 필요한 하루였다. 마스터스 마지막 초청장이 걸린 발레로 텍사스 오픈이 대회 기간 내내 악천후에 시달렸다. 낙뢰와 폭풍으로 라운드가 반복적으로 지연·취소됐고, 마지막 날에는 36홀 강행군까지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J.J. 스펀(미국)이 끝내 웃었다.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TPC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 오픈 최종 라운드.
스펀은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2위 맷 월리스(잉글랜드), 마이클 김(미국), 로버트 맥킨타이어(스코틀랜드)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승부처는 17번 홀(파4)이었다. 스펀은 드라이버로 그린을 직접 공략한 뒤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먼저 경기를 마친 스펀은 클럽하우스에서 뒤따르는 경쟁자들의 결과를 기다렸고, 추격자들이 끝내 따라잡지 못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3라운드 재개 시점에서 선두였던 맥킨타이어는 17번 홀 이글로 1타 차까지 추격했지만, 18번 홀 두 번째 샷이 진흙탕에 빠지며 역전에 실패했다. 이날은 7명이 번갈아 선두에 오르는 혼전이었다.
스펀은 우승 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다시 우승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같은 대회에서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US오픈 우승 이후 스스로에게 부담을 줬다는 점도 털어놨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기대와 압박이 따라온다. 시즌 초반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줬고, 지난해의 좋은 흐름과는 정반대였다. 그래서 다시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려 했다.”
스펀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는 아니다. 필리핀·멕시코계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접했지만, 정식 레슨 없이 독학으로 성장했다. 샌디에이고주립대를 거쳐 하부 투어를 전전하다 2017년 PGA 투어에 안착했고, 2022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US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거두며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날씨와의 싸움이었다. 1라운드는 낙뢰로 중단됐고, 3라운드는 폭풍으로 취소됐다. 마지막 날에는 3라운드 잔여 경기와 최종 라운드를 연달아 소화해야 했고, 일부 선수는 하루에 30홀 이상을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발레로 텍사스 오픈은 마스터스 직전 마지막 PGA 투어 대회다. 우승자에게는 오거스타행 마지막 티켓이 주어진다. 그러나 스펀은 이미 지난해 US오픈 우승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규정상 우승자가 초청 선수일 경우 차순위에게 자격이 넘어가지 않아, 이번에도 ‘마지막 티켓’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시우가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결과와 무관하게 마스터스 출전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9일 오거스타로 향한다. 군 입대를 앞둔 김성현은 9언더파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