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민간시설 파괴' 대놓고 위협하는 트럼프…전쟁범죄 우려

의도적 공격은 국제법 위반…저항 의지 키우고 미군 사기 저하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위협하면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민간 시설 파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언급하고 있어 미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남동부의 산업시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UPI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란의 발전소, 담수화 시설, 유정, 도로, 교량 등 민간 시설을 파괴할 경우 국제법에 따라 전쟁범죄로 규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수시로 위협해왔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은 제네바 협정, 헤이그 협약, 뉘른베르크 원칙, 유엔 헌장을 포함한 여러 국제법상 위반이다.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민간 시설의 경우 합법적인 표적이 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구별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모든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말했으며, 다음 날 미군은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의 대형 교량을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3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95명이 다쳤다고 이란 당국자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자기가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7일 저녁까지 이란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발전소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리도 하나도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공군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가 ‘장대한 분노’ 작전 중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이란의 석유 자원을 뺏는 것도 국제법이 금지하는 약탈 행위라고 NYT는 설명했다.

NYT가 취재한 법률 전문가, 역사학자,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근래에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처럼 전쟁범죄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통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은 전시에 국제법과 미 군법을 때로 위반하더라도 이들 법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부상하거나 항복한 적군에 자비를 베풀지 않고 사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또한 국제법과 미 군법이 금지하는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이런 발언은 오히려 이란의 저항 의지를 키울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카림 사자드푸어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인들이 매우 인기가 없는 정권을 중심으로 결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시설 파괴와 민간인 피해 증가는 '이 전쟁이 이란의 통치자들뿐만 아니라 나라를 겨냥했다'는 정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위가 하락할 수 있으며, 그동안 전시에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해온 국제 규범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규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수단 내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의 분쟁으로 인해 최근 몇 년 계속 약화했다.

국제법 전문가 100여명은 지난 2일 공개서한에서 미국 정부의 전쟁 수행과 당국자들의 언사를 두고 "전쟁범죄 가능성을 포함해 국제 인도주의 법 위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범죄라고 생각되는 지시를 받는 미군이 정신적 외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라크에서 해병대원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세스 몰턴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일부 현역 해병대원이 이미 국방부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 대신 '전쟁범죄부'(Department of War Crimes)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대학교 건물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모습. 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가 정치적 올바름에 치중한 나머지 전투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국방부 대신 전쟁부로 부르게 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의 지난 1일 발표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월 28일 개전 이래 이란 내 1만2천300개 이상의 지점을 타격했다.

일부 공습은 민간 시설 인근의 군사 시설을 겨냥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이 숨지기도 했다.

이스라엘도 민간 시설을 공격했는데 이스라엘은 이들 시설이 군사용으로도 사용되는 이중용도 시설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과 걸프국의 민간 시설을 공격해 보복해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