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을 제외해 분양가를 대폭 낮춘 ‘토지공유 주택’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도입된다. 고금리와 건축비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진 무주택 도민에게 실질적인 주거 선택지를 넓혀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를 지을 공공택지가 부족하고 추후 재건축 과정에서 감가상각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도는 제주개발공사와 함께 제주시 삼도이동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토지공유 주택)’ 2개 단지, 총 72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보유하고, 주택(건물)은 수분양자가 갖는 방식이다. 토지비가 분양가에서 제외되는 구조인 만큼 초기 주택 구입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전용면적별로 △49㎡ 16가구 △59㎡ 56가구로 구성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건물 분양가는 약 2억2000만~6000만 원, 토지임대료는 월 20만~3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는 최근 공급된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임대 조건(보증금 4000만원, 월 임대료 35만원 수준)보다 저렴한 조건이다. 중산층까지 내 집 마련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 분양가격은 분양가 심사 등 사전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공급 대상은 무주택자 중 주거 취약계층과 미래 세대를 우선으로 한다. 2세 미만 신생아 가구 35%(25가구),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각 15%(각 11가구)를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20%(14가구)는 일반분양으로 공급다. 젊은층의 구도심으로의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 원도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전매제한 10년이 적용된다. 10년 이내에는 공공이 환매하고 이후에는 시장 매도가 가능하다. 환매 조건은 거주 기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거주의무기간인 5년 이내에는 최초 분양가에 은행 이자를 더한 금액으로 환매가 이뤄진다. 5년 초과 10년 이하 구간에서는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 상승분 일부를 반영한다. 부동산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자산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과거 토지임대부 주택은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처음 해당 제도가 도입됐던 2007년 군포 부곡지구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전용 84㎡가 분양가 1억5000만원, 토지 임대료 40만원 수준으로 나왔는데 당시 389가구 모집에 40명만 지원해 청약 경쟁률이 0.1대 1에 그치며 일반분양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분양가는 저렴했지만 토지 임대료가 비쌌고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탓이다. 추후 재건축 과정에서 감가상각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주택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의 감가상각을 토지의 가격 상승으로 방어할 수 있는데 토지임대부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여권 유력 서울시장 후보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공언하며 제도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6월 분양 공고, 10월 당첨자 발표를 거쳐 2027년 9월 입주를 목표로 한다. 도는 이 사업을 위해 2023년 사유지를 매입하고 지난해 8월 착공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동홍동에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4개 동 53가구를 분양한다. 2028년 2월 입주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분양 공고를 낸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주거종합계획의 하나인 공공주택 7000가구 공급을 위해 공공분양뿐만 아니라 통합공공임대, 특화형 매입임대 등 다양한 방식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며 “도민의 주거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