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남녀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적당한 상대가 없다’는 점을 꼽았으나 그 이면에는 일자리와 주거비 등 구조적인 경제 문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적당한 짝 없는 이유, 따져보니 결국 ‘지갑 사정’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혼인 실태와 인식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배우자가 없는 만 19~49세 1251명 중 결혼 의사가 있음에도 하지 못한 이유로 43.2%가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엔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세부 답변을 뜯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주거비용 마련 불가’(20.0%)와 ‘불안정한 일자리’(19.5%)를 합치면 약 40%에 육박한다. 결국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결혼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인 셈이다.
◆ “연애도 스펙”... 소득 격차가 만남의 기회 뺏는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상대가 없다’는 인식이 사실상 사회·경제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한다. 소득 수준이나 대기업 근무 여부 같은 경제적 자원이 이성 교제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은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소득 격차는 관계 형성 기회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즉,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층은 관계 형성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워지며 자연스레 결혼 시장에서 소외되는 구조다.
◆ 단순 장려 정책 넘어서 ‘구조적 조건’ 개선해야
보고서는 이제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결혼을 독려하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방식으로는 현재의 저혼인 추세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 정책은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결혼을 고려할 수 있도록 ‘주거 및 일자리 조건 완화’와 ‘만남의 기회 확대’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상대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인식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제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