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진심’…지구 반대편에서 온 축구선수와 빽다방 점주의 ‘상생’

안산 리마, ‘최경미 힘내라’ 세리머니
숙소 인근 빽다방 점주 응원 메시지
'따뜻한 오타' 쾌유 빈 진심은 100%

국내 프로 스포츠계에서 ‘용병’으로도 불리는 외국인 선수는 대개 비즈니스 관계로 정의된다.

 

실력을 바탕으로 구단과 계약하고, 목적이 다하면 더 나은 조건을 따라 미련 없이 적을 옮겨 어제의 동료를 겨냥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렇다 보니 팬들의 응원도 대개 계약이라는 유효기간 안에서만 머물곤 한다.

 

하지만 프로축구 K리그 2부의 안산그리너스 소속 공격수 가브리엘 리마(27·브라질)는 보통의 외국인 선수와는 조금은 다른 결의 사나이로 보인다.

 

지난 5일 경기 안산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 충남아산의 경기에 앞서 빽다방 점주 차경미씨(왼쪽)와 안산의 공격수 가브리엘 리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제공.

 

브라질의 명문 구단 코린치안스 출신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불과 석 달여, 머나먼 곳에서 온 브라질 청년이 숙소 인근의 카페 점주와 맺은 인연을 보노라면 우리가 잊고 살던 사람의 온기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달 21일, 충북 청주시의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안산과 충북청주와의 경기에서 리마는 자신의 K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득점의 기쁨을 만끽하며 카메라 앞으로 달려간 그는 유니폼 상의를 걷어올려 안에 받쳐입은 옷에 적힌 여섯자 문구를 모두에게 드러내 보였다.

 

‘최경미 힘내라’

 

축구팬들은 ‘최경미가 누구냐’며 의아해했다. 고향 친구나 가족을 향한 메시지라면 라틴어나 영어가 적히는 게 자연스러워서다.

 

알고 보니 유니폼에 적힌 최경미는 숙소 인근의 빽다방 점주 차경미씨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그마저도 리마의 부탁을 받은 구단 코치가 발음을 착각해 이름을 잘못 적으면서 ‘최경미’가 됐다.

 

프로축구 K리그2 안산그리너스의 브라질 출신 가브리엘 리마가 지난달 21일, 충북청주와의 경기에서 득점 후 유니폼을 들어 올려 빽다방 점주 차경미씨를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따뜻한 ‘오타’ 뒤에는 뭉클한 서사가 숨어있다.

 

매일 오전·오후 운동을 다니던 리마는 빽다방 안산반달섬점에 종종 들러 따뜻한 카페라떼나 차가운 아이스 초코라떼를 사 마셨다.

 

그의 운동복 위 안산구단 엠블럼을 본 차씨는 인터넷에서 이름을 확인했고, 이튿날 매장에 온 리마는 자기 이름을 부른 차씨에게 ‘어떻게 알았느냐’며 고마워했다.

 

한국인의 다정함은 이방인 리마가 타지에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됐고, 그렇게 두 사람은 단골과 점주를 넘는 유대를 쌓았다.

 

이들의 유대가 깊어진 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면서다.

 

차씨는 수술 후 항암치료로 밥을 잘 먹지 못하며 힘들어했는데,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낸 아픈 기억이 있는 리마는 차씨에게 매일 “오늘 굿?” “몸 괜찮아?” “기분 어때?” 등 안부를 물었다.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차씨에게 매일 “헝그리?”라고 물으며 조금씩이라도 음식을 챙겨 먹어야 몸이 버틸 수 있다면서, 리마는 차씨의 쾌유를 매일 같이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가 골을 넣으면 차씨를 위해 꼭 세리머니를 하겠다던 리마의 약속은 청주전에서 지켜졌고, 이후 차씨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자신의 세리머니를 봤느냐며 리마가 물었다는 후문이다.

 

차씨는 더본코리아를 통해 세계일보에 보내온 답변에서 “외국인 선수라고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서로 마음이 통하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외국인) 선수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마음이 통했고 서로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며 “지금은 손님이 아닌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경기 안산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 충남아산의 경기에 앞서 빽다방 점주 차경미씨(왼쪽)와 안산의 공격수 가브리엘 리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제공

 

사연을 접한 더본코리아는 지난 5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과 충남아산의 경기에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선수단, 구단 관계자들을 위해 커피차를 지원했다. 현장에서 전달된 음료와 디저트 약 1000인분은 경기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리마 선수의 세리머니로 전해진 진심 어린 마음에 공감해 그 뜻을 경기장에서 나누고자 했다”며 “점주님을 응원하는 마음이 잘 전달되어 빠른 쾌유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