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가 한 마리 있다. 오래된 로봇 개. 어떤 사람은 그 개를 조심조심 다룬다. 더는 로봇의 부품이 생산되지 않는 탓이다. 하루에 한 번만 전원을 켜고 아침 점심 저녁 때마다 짧은 인사를 건네는 것. 러그 깐 거실을 한 바퀴 걷게 하는 것. 로봇 개를 향한 사랑의 방식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는 누군가는 로봇 되기를 원한다. 오래된 로봇처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꿈꾼다. 마치 “정교하게 학습된 작은 복종” 그 이상은 생각지 않는 것처럼. 일찍이 젊음을 다한 것처럼. 아직 “내다 팔 젊음”이 여실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사실, 살아 있다는 사실, 결국 무엇이든 사랑하게 된다는 사실이 힘겹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때로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상처받는 순간들. 사람의 영혼을 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 그럼에도 끝끝내 사랑할 때, 그는 여지없이 사람이다. 좋은 개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말할 수 있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