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초 스톡홀름 북·미 협상 이후 6년6개월째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당국 간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이른바 ‘핵보유국’ 지위 인정 및 비핵화 거부·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회의감마저 팽배하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반도의 공동 성장과 항구적인 안정, 평화 구축을 이루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장기적 목표로 핵 없는 한반도를 지향하는 가운데 당면 과제와 접근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견인해야 한다. 남북한 사이뿐 아니라 북·미 간에 아무런 의사소통 채널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호 간 위협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며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작금의 정세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라고 비판할 수 있으나, ‘대화 없는 불안정성 및 위협 심화’보다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우선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개한 대화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는 핵 문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 재개 모멘텀을 만드는 데 있어, 북한이 강력한 거부·불가 입장을 견지하는 비핵화를 강조하거나 거론하는 것은 결과적·현실적 측면에서 장애를 조성하는 전술적 패착일 수밖에 없다. 비핵화를 얘기하고 강조할수록 비핵화가 사실상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의 역설과 모순을 충분히 고려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