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민간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 이례적으로 북한에 유감 표명을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비록 우리 정부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관계 부처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신속한 조치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남측 과오에 대해 북측에 사실상 최초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위원장이 즉각 이 대통령의 발언에 응답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민간의 무인기 침투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불러올 무모한 행동이었다. 군경합동조사태스크포스(TF) 등에 따르면 민간인 3명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나 무인기를 북한에 침투시켰다. 이에 따라 민간인 3명이 일반 이적(利敵) 및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활동을 방조한 혐의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등 군인 2명과 국가정보원 직원 1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윤석열정부 때 이뤄진 평양 무인기 침투가 비상계엄 명분 확보를 위한 남북 무력충돌 유발 기도로 의심받고 있다. 그런데도 몇몇이 작당해 무인기를 보내는 불장난을 할 수 있다니 지금의 정전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있는지 보여준다.
북한의 대남 적대시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유감 발언은 대북 저자세 논란을 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남북이 강대강 대치로만 가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그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보다 높은 비전의 실천을 위해 현실적·실용적 결단을 내린 측면이 있다. 중동 전쟁 발발로 국제정세가 불안한 와중에 한반도 긴장을 적극 관리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대통령 의지를 평가한다. 무인기 침투가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북측에도 상응한 자세를 촉구하는 효과도 있다.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번 소통이 남북의 신뢰를 키우고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해빙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다음 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한반도 정세 전환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