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진술 회유’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검 권창영)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대북송금 수사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고 6일 밝혔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는 특검 수사와 별개로 감찰·조사를 이어가는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태스크포스(TF)에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했다. 법무부가 이날 박 검사의 직무를 정지한 가운데 국회 국정조사와 맞물려 관련 수사도 급물살을 타면서 의혹들의 실체가 드러날지,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
권영빈 종합특검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지난 3월 초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해 같은 달 말 서울고검 TF에 이첩을 요청했다”며 “특검팀은 이 사건을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에 관해 사건의 은폐·무마·회유·증거 조작·증거은닉 등 적법 절차의 위반 및 기타 수사기관의 권한을 오남용하게 했다는 범죄 혐의 사건’이라고 명시된 종합특검법 제2조1항13호에 근거해 서울고검 TF가 지난해 9월부터 수사해온 진술 회유 의혹 사건을 2일 종합특검에 이첩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부인 김건희씨가 대북송금 사건 또는 진술 회유 의혹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특검이 무리하게 수사 대상을 확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 특검보는 “특검의 수사 대상은 쌍방울 등 특정 사기업이나 ‘연어·술파티’ 의혹이 아닌 수사기관(검찰)의 오남용 등 국정농단”이라며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단서를 확인한 경우에 수사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향후 종합특검 수사의 초점은 지난 정부 당시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상황이 법무부를 거쳐 어느 정도 ‘윗선’까지 보고됐는지, 대통령실 차원에서 수사 지시나 압박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는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녹취 제출, ‘전체’ 여부는?
서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검 TF에 출석해 박 검사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피의자와 그 변호인에게 때로는 압박하는 방법으로, 때로는 회유하는 방법으로 거짓 진술을 끌어내려했던 것”이라며 “서울고검에 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하고 직접 녹음한 원본임을 분명히 진술하겠다”고 했다.
다만 서 변호사는 박 검사와의 통화 녹음파일 전체를 제출하는 것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박 검사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전용기·김동아 의원이 앞서 공개한 일부 통화 녹음파일을 겨냥해 “짜깁기”라며 “맥락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며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을 회유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 관련 진술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의혹으로 여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朴 직무정지… 국정원도 등판
법무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 비위로 감찰 중인 박 검사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를 명했다. 이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법무부는 박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박 검사는 입장문을 내 “이번 직무집행 정지는 법치를 수호해야 하는 구 대행과 정 장관이 합작해 법치주의와 검사의 신분보장 제도를 일거에 무너뜨린 잘못된 사례”라며 “검찰이 불법 국정조사와 특검에 의한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에 부역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이날 국가정보원이 비공개 현안 보고에서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비용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대남공작원 리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없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리호남은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에게 일생일대 최대 임무를 부여받고 2019년 7월23∼24일 제3국에서 임무를 수행한 후 중국에 들어가 27일까지 있던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수사·재판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발표다.
아울러 국정원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국정원 내 자료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상당수 누락됐다”고 했다. 향후 국조특위 등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