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용 불가" 임신부 4시간 '뺑뺑이'…쌍둥이 1명 숨지고 1명 뇌손상 [사건수첩]

조산 증세 쌍둥이 임신부, 대구 대형병원 7곳서 수용 거부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가량 길 위를 헤매다 결국 아이 한 명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대구시가 소위 ‘응급실 뺑뺑이’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를 도입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구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미국 국적 임신부 A씨(임신 28주차)가 극심한 복통 등 조산 징후를 보였다. A씨 측은 인근 산부인과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진료 이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고, 증상이 악화하자 이튿날 새벽 119에 신고했다.

119 구급대. 연합뉴스

하지만 구급차에 올라탄 뒤에도 사투는 계속됐다. 대구 지역 대형병원 7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모두 “불가”였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거나 신생아 중환자실(NICU)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A씨 남편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수도권 병원으로 향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이송 과정에서의 컨트롤타워 부재도 피해를 키웠다. 경북 구미와 충북 음성 등 나들목(IC) 인근에서 119구급대와 접선하는 과정에서 정보 전달 혼선이 빚어져 귀중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A씨는 이미 양수가 터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독한 상태였다.

 

A씨는 신고 4시간 만에야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친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숨졌고, 생존한 나머지 아이도 뇌 손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시설∙인력 부족과 의료 사고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이 낳은 ‘구조적 인재(人災)’라고 비판한다. 특히 대구시는 지난해 10대 응급환자 사망 사건 이후 전국 최초로 응급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홍보해왔으나, 이번 사태로 해당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송 체계 개선 시범사업을 보완해 전국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은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