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4%대로 치솟아 21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고, 카드론 잔액도 역대 최대 수준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에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 우려를 더하면서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7일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4.1%로 지난해 말(3.2%)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2002∼2003년 카드대란 이후 연체율이 정점에 달했던 2005년 5월(5.0%) 이후 20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대출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 나뉘며 서민의 급전 창구로 인식된다.
카드 대출 연체율은 2005년 이후 대체로 1~2% 선을 유지하다 2024년 3%대로 상승했고, 지난해 5월 3.8% 수준까지 오르더니 올 들어 4%대를 넘어섰다. 높아진 은행권 대출 문턱에 저축은행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고금리를 감수하며 카드 대출까지 당겨쓴 뒤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729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64억원 감소했고,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지난 2월 가계대출이 1000억원 줄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2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기본 수입원이 줄어든 데 이어 중동사태 이후 더욱 커진 자금 조달 부담, 카드론 잔액 증가와 연체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건전성 악화 적신호까지 겹악재를 맞고 있다. 대출이 급한 중저신용자들이 풍선효과에 따라 카드론으로 몰리며 연체가 늘면 카드사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직결된다. 이는 카드 대출 한도 감소나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연체가 더 폭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황 악화에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총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658명으로 전년(5891명) 대비 4% 줄었다.
신한카드는 2020년 5200억원에 인수한 서울 중구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향후 그룹 통합 사옥 이전이 예상됨에 따라 투자, 자본 효율성 관점으로 검토한 결과 당사 및 직원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그룹 통합건물 이전 계획에 방점을 둔 것이란 설명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수익성 둔화 요인이 존재하는 가운데,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판매사업·일반관리비 전반의 구조적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대면 채널 고도화, 저금리 차환 및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비용 개선 노력을 펼쳐 2025년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수익성이 담보되는 매출 중심 성장을 지향하며 영업비용 배분 차등화를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