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학대 신고 느는데… 전담공무원 ‘태부족’

17개 지자체 중 8곳 인력 미달
1인당 최대 80건 24시간 근무
업무 과부하… ‘기피 부서’ 심화
“적은 인원으로 24시간 긴장하며 살아요.”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지역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과부하에 걸렸다. 그는 한 해 동안 담당하는 신고 건수만 100건이 넘는다. A씨를 포함해 5명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A씨는 “신고가 접수돼 비상이 걸려 출동하게 되면 여럿이 함께 나간다”며 “교대 근무가 아니라 다음날 쉬지도 못한다. 늘 긴장을 해야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부모의 학대로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이 극심한 업무 부담 속에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정부의 인력 배치 권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이 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권고 기준에 미달한 지자체는 지난해 6월 기준 서울,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경기, 충북, 제주 등 8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면 현장에 즉시 출동해 조사를 진행하고, 응급∙분리조치 및 보호시설 인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2020년 해당 제도가 도입됐다.

 

복지부는 연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접수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세종의 경우 2024년 신고가 총 318건이었는데, 담당 직원은 4명에 불과해 1인당 맡는 사건이 79.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전(72.7건), 경기(68.5건), 제주(64.9건), 충북(61.7건), 인천(57.6건), 서울(57.1건), 울산(54.6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부산(49.6건), 경남(48.1건), 충남(43.8건), 광주(42건), 전북(38.1건), 대구(37.7건), 강원(36.3건), 전남(35.3건), 경북(34.1건) 등은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배치 기준은 전년도 접수된 신고를 기준으로 하는데, 매년 아동학대 관련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양상이라 실제 담당자들의 업무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400건을 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야간에 출동해 아동에게 즉각 분리가 필요하다가 판단될 경우 새벽에라도 쉼터에 데려다준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오전부터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여전히 ‘기피 부서’다. 한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업무가 많으면서 어려워 다들 맡으려 하지 않는다. 보직 배치를 받아도 금방 나가려 한다”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 근무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해당 업무가 너무 버겁다. ”고 말했다.

 

쏟아지는 악성 민원과 고소 제기 우려도 감당해야 한다.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우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자와 신고를 당한 사람 사이의 중간자 입장이다. 어떤 결정이든 양쪽을 만족하게 할 수 없는 만큼 민원이 빈번하고, 그 강도도 세다”고 토로했다.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담당 전담공무원들의 인력 기준을 완화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조사를 나가면 시청 공무원이 나왔다는 이유로 ‘너희가 왜 하느냐’라는 식의 답변을 듣는다. 조사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복지부의 배치 기준도 버거운 수준이다. 전담 인력을 확대해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이 고충을 이야기하고 현장에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도 개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