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이 끌고 고성능 HBM이 밀고… 빅테크 세계 톱5 입성 [삼성전자 영업익 57조]

‘어닝 서프라이즈’ 비결은

2025년 R&D 37.7조 역대급 투자
반도체 등 시설 투자도 52.7조
HBM4 첫 양산 기술경쟁력 회복
엔비디아 등과 ‘AI 동맹’ 잇따라
D램 가격 올해 63% 급등 전망
신제품 갤S26 흥행도 힘 보태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사에 유례없는 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품귀현상이 있다. AI 열풍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등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반도체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됐다.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일반 D램과 낸드 가격까지 줄줄이 치솟고 있다. 주력 제품 가격이 폭등한 덕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실적도 급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출시 이후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6이 삼성전자 실적 행진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태극기와 삼성전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훈풍을 타고 날아오른 이번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마이크로소프트(약 57조원)와 알파벳(약 54조원), 메타와 아마존(약 38조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웃도는 성과다. 이제원 선임기자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0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부분의 매출만 4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AI 산업이 DS부문의 매출을 견인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AI 산업 확장으로 인해 수요가 폭등한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옮겨주거나 저장하는 데 필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같은 반도체 회사들이 AI용 메모리 생산 물량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있지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또 AI용 메모리 생산에 글로벌 제조사들의 역량이 집중된 탓에 PC용으로 사용되는 범용 D램의 품귀현상도 심해졌다. 일례로 PC용 8GB DDR4 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만 35% 올랐다. 서버용 64GB DDR5는 같은 기간 76% 상승했다. D램 가격은 올해 2분기에도 1년 전보다 최대 6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투자자 설명회에서 “메모리 제품 전반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D램에 이어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고성능 메모리인 HBM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에 밀려 HBM시장에서 고전한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HBM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특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필두로 시장 지배력 추가 확장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의 핵심 공급 파트너 지위를 선점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도 협업 러브콜 세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 단위 비용을 투자하며 취약하던 분야에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5세대인 HBM3E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린 삼성전자는 ‘메모리 강자’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2025년 한 해 동안 역대급 투자액을 쏟아부었다. 특히 연구개발(R&D)에만 총 37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치였던 2024년 대비 약 7.8% 증가한 수치로, 하루 평균 약 1000억원 이상을 기술개발에 쏟아부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R&D뿐만 아니라 시설투자(CAPEX)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시설투자에 총 52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당초 계획보다 투자규모를 5조원 이상 확대했다. 특히 기흥 캠퍼스에 건설 중인 최첨단 R&D 복합단지 ‘NRD-K’ 등 미래 생산 기반 확충에 전력을 기울였다.

절치부심한 결과 반도체 기업 중 세계 최초로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하는 것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HBM4는 가장 최신 공정인 6세대 1c D램 공정을 적용, 5세대 1b D램으로 제작하는 경쟁사 제품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에 HBM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HBM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양대 축을 이루는 스마트폰도 실적 행진에 힘을 보탰다. ‘갤럭시S26’은 정식 출시에 앞서 2월27일부터 3월5일까지 7일간 진행된 사전예약에서 135만대를 팔아치우며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반도체 품귀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올 한 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올 한 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553조8587억원, 영업이익 227조3165억원에 달한다. 6개월 전 영업이익 추정치(47조4206억원)에서 4.8배가량 상향조정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