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에 삽도 못 뜨는 공공소각장… 쓰레기 140만t 떠돌 판 [심층기획-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 100일]

<하> 대책이 되지 못하는 ‘대책’

2030년 직매립 금지 전국 시행

공공소각장 72곳 추진 불구
착공은 성남·옹진 단 2곳뿐
최대 난관은 지역 주민 반대

쓰레기 ‘이동 대란’ 오나

민간소각장 이용 폭증 불보듯
일일처리량 가장 많은 충청권
전국에서 ‘소각 쏠림’ 가능성

“말이야, 뭘 못하겠어요.”

 

2일 경기 의왕 왕송호수에서 만난 주민 최모(48)씨는 ‘왕송호수 주변 쓰레기 소각장 전면 백지화’라고 적힌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소각장 설치 계획이 담긴 고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 지방선거도 다가오니까 시에서 말만 ‘백지화’라고 하는 거라고 의심한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올해 초 경기 의왕 왕송호수공원 인근에 공공 소각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말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계획을 승인하면서 의왕 내 왕송호수공원(의왕시 월암동 543-3)에 공공 소각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고시했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한 달여 만에 김성제 의왕시장이 ‘전면 백지화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국토부 고시가 그대로라 여전히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주민 강호진씨는 “다른 공공주택지구인 의왕 오전왕곡 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최근 공개됐는데 거긴 군포·과천 소각시설로 폐기물을 배출한다고 적시해놨다.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라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 곳곳에서 공공 소각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지만 의왕처럼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데 이어 2030년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원정소각’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공 소각시설 확보 등 준비가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3년여 내 직매립 금지로 처리시설을 찾아 떠도는 쓰레기가 한해 140만t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20ℓ 종량제 봉투(4㎏ 기준) 약 3억5000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3년 내 72곳 확충’이라는 꿈

 

7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확충을 추진 중인 공공 소각시설은 총 72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이미 직매립이 금지된 수도권은 모두 27곳이다. 그러나 현시점 실제 착공한 곳은 경기 성남과 인천 옹진 2곳뿐이다.

 

수도권 쓰레기의 지방 이동에 대한 논란이 거세자 기후부가 2월 초 ‘패스트트랙’ 도입 등 규제 손질로 공공 소각시설 사업기간을 최대 3년6개월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개 공공 소각시설 확충의 ‘발목’을 잡는 건 의왕 사례처럼 규제가 아니라 ‘주민 반대’다.

의왕의 경우 이번에 시장이 백지화 추진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첫걸음부터 난관에 부딪혔고, 마찬가지로 신규 소각시설 입지 선정 작업 중인 인천 서구도 후보지 압축 절차가 늘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소각시설 신설을 추진했던 마포구도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전을 불사한 끝에 최근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기후부가 내놓은 ‘패스트트랙’이란 게 주민 협의가 잘돼가고 있는 의정부, 파주, 성남 등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면서도 “대개 주민 반대가 큰 수원, 화성, 김포, 고양 같은 곳 등엔 제 역할을 못할 것이다. 규제 손질이 공공 소각장 확충 문제에 있어 막혀 있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뚫어낼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2일 경기 의왕 왕송호수공원에 의왕시가 추진하기로 했던 공공 소각시설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내용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대 140만t’ 쓰레기 떠돌 수도

 

공공 소각시설 확충이 더디기에 올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이후 나타난 원정소각 현상이 3년여 내 전국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전국 단위로 시행된다.

 

공공 소각시설 준공 시기 등 유동적인 요인이 많은 만큼 2030년 직매립 금지 전국 시행 시 추가로 민간 소각·재활용시설로 넘어갈 쓰레기 양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쓰레기 중 소각·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된 양을 보면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펴낸 2024년 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종량제방식 등 혼합배출 폐기물 중 매립된 양은 전국 161만6000t 정도다. 보통 혼합배출되는 폐기물 중 약 10% 수준이 불연성 폐기물로 매립이 허용된다. 이를 제하면 공공 소각시설 등 처리시설이 2030년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최대 145만4400t이 처리시설을 찾아 떠돌 수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전까지 소각·재활용 시설 용량에 여유가 있더라도 매립된 경우도 지자체별로 있는 만큼 그보다는 초과량이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가 초과량을 처리하려고 민간 시설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지역 간 쓰레기 이동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민간 소각시설이 특정 권역에 편중돼 있단 사실이다. 권역별로 따져보면 결국 충청권 민간 소각시설 일 시설용량이 2415t으로, 2030년 전국 직매립 금지 이후 원정소각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초지자체별로 봐도 충북 청주가 일 시설용량 1459t(6곳)으로 쓰레기 수용 가능량이 가장 컸다. 정부가 2030년까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지역 간 갈등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공공 소각시설 확충을 이어가되 그나마 현실적인 보완책을 빠른 시일 내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소장은 “지금 가동 중인 공공 소각시설에 전처리 시설을 새로 지어 소각 효율을 높여야 한다. 신설 소각시설에는 전처리 시설을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처리 시설은 종량제봉투에 대한 파봉·선별 등 작업을 거쳐 폐비닐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회수하는 기능을 한다. 홍 소장은 이 밖에도 “인근 지역 간 생활폐기물을 유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전체 공공 소각시설을 ‘플랫폼화’하는 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