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안타까운 ‘응급실 뺑뺑이’ 사망

최근 쌍둥이를 가진 임신부가 대구에서 한밤중에 조산 통증을 겪던 중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 동안 떠돌다 아이 한 명을 잃었다. 다른 한 아이는 뇌손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가족들이 119구급차에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구의 대형 병원 7곳은 물론 경북·충북에서도 이들을 받아준 병원은 없었다. 결국 분당서울대병원까지 갔지만 골든 타임을 놓친 뒤였다. 병원들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 “신생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수용을 거절했다고 한다. 지역 내 고위험 분만 인프라 부족과 응급의료 이송체계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구에서는 2023년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2시간 동안 응급실 병원을 전전하다가 숨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이후 응급 이송 지연과 수용 거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119 중심 병원 지정·수용 응급의료 체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병원 수용 지연과 이송 혼선이 반복되면서 당시 도입한 응급의료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도시인 대구가 이럴 정도면 군소 도시·농어촌 지역은 어떤 실태일지 한숨이 절로 난다.



반면 광주광역시에선 지난 한 달간 응급실 뺑뺑이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고무적이다. 전남대병원이 주도한 ‘광주형 이송지침’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 가능한 병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찾아주면서 현장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무작정 응급 환자를 받으라고 병원에 강요하기보다는 응급실 당직자와 119대원 등이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며 상황을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광주의 실험이 특히 주목되는 건 큰 재정 투입 없이도 획기적인 성과를 내서다.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온갖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고지 사례는 2023년 5만8520건에서 지난해 11만999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라 불안감이 더 크다. 더는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정부와 의료계는 광주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지역별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