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 절벽이 전세가를 부채질 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셋값 오름세는 매매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수도권 주택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4월 지수는 전월 대비 35.4포인트 하락한 60.9를 기록했다.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은 81.1로 전월보다 21.5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105.4에서 97.1로, 경기는 105.9에서 79.4로, 인천은 96.6에서 66.7로 각각 떨어졌다. 금리 부담과 미분양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분양시장 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전망지수는 100을 넘으면 분양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음을 의미하고, 100 미만은 반대를 뜻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8∼27일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향후 주택 공급과 맞물린 분양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전세를 대안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며 전세가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인천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4636만원으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중위가격은 2억8625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고가 신축이나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르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66㎡는 지난달 16일 6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같은 달 28일 6억9000만원으로 올라 12일 만에 2000만원 상승했다. 동일 단지 내에서도 단기간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세수요가 누적될 경우 향후 매매시장으로 이동해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이유에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세가격 상승은 구조적으로 매매가격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며 “전월세와 매매 시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럴 바엔 집을 사자’는 판단이 확산될 수 있다”며 “전세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시장에서는 매매가격 흐름을 따라 전세가격이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 기대가 강했던 시기에는 매매 수요가 위축되면서 전세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며 “이는 시장 심리가 한쪽으로 쏠린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난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