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훈(44)이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 진단 검사에서 ‘고위험군’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33점을 받으며 ‘중증 반사회성 인격장애’ 판정을 받았다.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형사1부는 8일 김훈을 구속기소하며 이 같은 진단 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검찰은 김훈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특수재물손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기호 부정사용 △부정사용 공기호 행사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총 6개 혐의를 적용했다.
당초 김훈은 이 검사를 받지 않았으나, 검찰 보완 수사 과정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김훈은 3월 14일 오전 8시 58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도로에서 과거 교제하던 A(27)씨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2009년과 2013년 강간치상 등 두 차례 성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그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수사 당국 조사 결과, 김훈은 A씨의 직장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퇴근하는 A씨를 발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렌터카를 타고 도주한 김훈은 범행 1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10분쯤, 양평군 양서면 6번 국도변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채 발견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음독 상태였던 김훈을 즉시 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치료를 받으며 의식을 회복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김훈은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로, A씨에게 연락하거나 주거·직장 등 100m 이내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
특히 A씨에게는 비상용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된 상태였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이에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가 사전에 여러 차례 위험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올해 1월과 2월, 자신의 차량에서 피의자가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위치추적장치를 두 차례 발견해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의 국과수 감정 의뢰가 늦어지는 등 신병 확보를 위한 조치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다”고 질타하며, 책임자 감찰 및 엄중 조치를 지시했고, 살인을 막지 못한 경찰들이 무더기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경찰청은 전날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 16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2명을 수사의뢰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사법대학)는 “이번 스토킹 살인 사건은 경찰이 관계성 범죄에 대한 점검을 형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나 위협, 재범 우려 등을 경찰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선제적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