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무이자 대출인가, 상생의 결단인가… HDC 171억 과징금 ‘정면충돌’

공정위, 17년간의 임대보증금 거래를 우회적 자금대여로 규정
HDC, 수분양자 구제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 주장
이순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HDC(주)가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계열사인 HDC아이파크몰에게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17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HDC그룹이 계열사인 아이파크몰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급 제재를 받았다.

 

8일 공정위는 HDC에 시정명령과 함께 171억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반면 HDC 측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상생 경영이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 17년간 이어진 ‘무늬만 임대차’ 계약… 실질은 무이자 대여

 

공정위 조사 결과 HDC는 2006년부터 약 17년 동안 아이파크몰에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자금을 대여했다. 당시 아이파크몰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처지였다. HDC는 360억 원을 지급하며 임대차 계약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수익금은 연평균 1억5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평균 0.3%쯤에 불과하다. 시장 금리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무상 지원을 해준 셈이다. 아이파크몰은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458억 원 상당의 이자 비용을 절감했다. 덕분에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 퇴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 HDC “수천 명 수분양자 살리기 위한 총대… 상생 무시한 처사”

 

HDC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용산 민자역사는 대규모 공실로 폐점 위기였다. 상가를 분양받은 소상공인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HDC도 자신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HDC 관계자는 “경제적 이득이 아닌 상권 활성화를 통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내린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자역사는 특수 사업 구조상 타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공정위의 논리를 반박했다. HDC는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해당 행위의 정당성을 소명할 계획이다.

 

◆ 역대급 과징금에 사법 리스크까지… 향후 전망은

 

이번 제재는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법정 최고 한도까지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지원 수단의 형식을 불문하고 악용 사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대기업의 ‘계열사 살리기’와 ‘상생 경영’ 사이의 법적 경계를 확정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C가 행정소송을 예고한 만큼,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만약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혐의가 드러날 경우 그룹 전반의 사법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