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 1월1일부터 확정 단계에 들어갔다. EU는 이를 탄소 누출을 방지하고, 역내 기업과 수입품 사이의 경쟁조건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도의 정책적 필요성과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EU가 CBAM을 기후위기 대응과 공정경쟁을 위한 장치로 본다면 인도는 이를 자국 산업과 수출에 새로운 부담을 주는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EU와 인도가 20년 만에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됐음에도 인도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과 수입 규제가 자국 철강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하며 지원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인도의 비판은 단순한 통상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보다 근본적인 규범적 질문을 제기한다. 파리협정은 기후위기 대응이 형평성과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각자의 역량’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대응능력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기후체제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는 선진국이 설계한 탄소비용 체계를 개도국 상품에 사실상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식이 과연 그 원칙에 부합하는지 묻고 있는 셈이다.
물론 EU의 논리 역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역내 생산자들은 이미 탄소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수입품만 그 부담에서 벗어나 있다면 산업 이전과 탄소 누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CBAM의 도입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제도의 방향이 아니라 그 설계가 어떤 정당성을 갖추고 있느냐에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이 강할수록 그 부담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 또한 더욱 정교해야 한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