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청년에게 연대의 손을

20대 카페 알바 사건에 또래들 공분
‘지속가능성 바로미터’ 청년층 위기
주거·일자리·정신건강·삶의질 ‘비상’
실패 보듬는 성숙한 공동체의식 절실

퇴근길에 음료 3잔을 챙겨간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된 사건은 또래 청년의 공분을 샀다. 이 알바생은 카페 점주의 공갈·협박에 못 이겨 합의금 55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는데, 사건에 연루된 두 매장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현장조사에 나섰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접수한 고용노동부도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고소한 매장 점주가 이를 취하하고 다른 점주는 언론을 통해 “죄송하다.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했지만, 당장 논란이 잦아들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 마주하는 현실은 한국이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현실에선 안타깝게도 사회초년생인 청년은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음료 3잔 횡령’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전세사기는 지난달 기준 법으로 인정된 누적 피해자만 3만7000명을 넘어섰다. 사기범들은 경험이 부족한 20∼30대를 주로 노렸다. 서울에선 81%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내 집’ 마련 통로였던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은 부동산 투기 근절과 가계부채 관리란 명분 아래 규제 강화와 공급 축소가 한창이다. 무주택 청년이 형평성에 불만을 품는 대목이다.

황계식 논설위원

청년 일자리 사정도 취약하다. 지난 2월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7%로 전체 연령대 평균(3.4%)의 2배를 넘는다. 고용률 역시 43.3% 대 61.8%로 격차가 크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중 청년은 17.8%인 48만5000명에 달한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범죄조직에서 전화·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송환된 피의자 상당수는 무직이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20∼30대다.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도 내수침체의 벽을 넘긴 힘들다. 지난 1월 기준 30대 미만 가동 사업자는 1년 전보다 4.5% 줄었다. 청년 창업보다 휴·폐업이 더 많다는 뜻인데, 이런 추세가 2024년 7월부터 19개월째 이어졌다.



청년의 정신건강도 적신호다. 취업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4년 우울증 환자는 30대가 112.0%, 20대가 99.3%, 10대가 96.2% 각각 급증했다. 전 연령대 평균 47.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심각성을 더한다. 같은 기간 조울증 환자는 45.7% 늘었는데, 10대 증가율은 90.5%에 달했다. 조울증과 우울증의 증가는 구조적인 사회 병리현상으로 해석된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2023년 10대 자살률은 역대 최고치(인구 10만명당 7.9명)를 기록했고, 2024년 청년(19∼34세) 자살률은 24.4명으로 전년보다 1.3명 늘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번아웃’ 경험률은 32.2%에 달했다. 고립상태에 처한 청년은 2021년 기준 100명 중 5명꼴로 53만8000명에 달했다. 동거 가족이나 업무상 접촉 말고는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없는 이들이라고 한다. 15~29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점(2021~2023년 평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1위에 그쳤다.

자동차 정비회사 화재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린 20대 정주영에게 선뜻 거금을 빌려준 은인이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탄생했다. 2024년 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전세사기범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판시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청년이 느끼는 위기감은 감정적 나약함의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합리적인 현실 진단이다. 청년이 불행한 국가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연대의 손을 내밀고 보듬는 성숙한 공동체의식이 청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청년은 미래의 수호자라는 말이 있다. 미래 세대가 희망을 갖고 뛸 수 있도록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