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판결 뒤집는 ‘효력 정지’ 처리 안갯속 [심층기획-재판소원·법왜곡죄 시행 한 달]

헌재, 재판소원 운영안 매주 논의
판결 효력 제한 기준 여전히 미정
4심제 우려 속 사법 혼선 불가피
정치적 불복 수단 변질 가능성도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이 단순 4심제로 기능하지 않도록 하되 ‘기본권 보호’라는 본연의 취지는 살리면서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매주 월요일 전원재판부 평의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헌재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에서도 구체적인 재판소원 절차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소원 인용 시 환송할 법원은 어디여야 하는지, 재판소원 심판 회부 대상이 되는 법원 내 주체는 누구인지 등 재판소원의 구체적인 절차부터 법원 민·형사·행정·가사 사건 판결 효력 제한 방법, 법원·검찰과의 기록 송부 문제 등 제도와 관련한 모든 것이 연구와 논의 대상이다.

헌재가 재판소원 가처분이나 본안을 인용할 경우 민사, 형사, 행정, 가사 등 확정 판결의 효력을 어떻게 제한할지도 ‘미정의 영역’이다.



법원의 이혼 확정, 건물 인도, 선거법 위반 등 사건의 확정 판결을 헌재가 취소해야 할 경우 이미 법원 판결로 생긴 효력을 어떻게 제한할지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 효력 제한 절차는 “전원재판부가 개별 사건 결정을 통해서만 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헌재에 의한 법원 재판 효력 정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판소원 도입 첫날인 지난달 12일 양문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딸 명의 편법 대출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며 의원직을 잃게 되자 재판소원 청구를 검토해 보겠다며 사실상 ‘재판 불복’을 시사한 사례는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만일 6월 양 전 의원 지역구 보궐선거로 새로운 의원이 당선된 이후 헌재가 재판소원을 인용할 경우 ‘한 지역구 두 의원’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양 전 의원이 판결에 승복하고 재판소원 청구를 하지 않겠다며 혼선은 일단락됐으나 추후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불씨를 남겼다.

재판소원의 ‘피청구인’이 되는 법원 내부에서도 물음표가 가득한 건 마찬가지다.

법관들은 ‘헌재가 법원에 의견 소명을 요구하면 어떻게 응해야 할지’, ‘헌재가 재판 효력을 정지하면 법원이 어떻게 따라야 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헌재는 사법부 내 재판소원 심판 회부 통지 대상, 의견서 제출 대상의 범위는 결정한 상황이다. 확정 판결의 심급이 대법원인 경우, 즉 피청구인이 대법원인 사건이 사전심사를 통과했을 때 대법원장에게 심판회부를 통지하고 답변서를 요청하기로 했다.

재판취소 인용 시 환송심을 담당할 법원은 헌재가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지정해주는 ‘독일식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취소 결정문의 주문(主文)도 독일과 유사한 형식일 가능성이 높다.

“1951년 11월 22일자 함부르크 지방법원의 판결(사건번호 15. O. 87/51)은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파기한다. 사건을 함부르크 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1958년 1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뤼트 사건’에서 재판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며 낸 주문으로, 사건을 환송할 법원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