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오전, 오후 한 차례씩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전날까지 합치면 이틀간 세 번의 미사일 발사다. 이 같은 사례가 과거에 없지 않았으나 윤석열정부 당시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사과하고, 이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긍정적 메시지가 나온 직후에 벌인 무력시위라는 점이 주목된다. 무인기 침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한 뒤, 한국 내에서 이를 관계 개선 신호로 읽는 해석이 나오자 바로 제동을 거는 대응은 지난 2월에도 있었다. 미국·이란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남북관계를 대결로만 내몰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대남 긍정 메시지 발표 후 무력도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수 발을 발사했고, 오후 2시20분쯤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오전에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약 240㎞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오전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KN-23 계열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전날에도 평양 일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는데, 비행 초기에 이상 징후를 보이며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남관계를 담당하는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은 7일 밤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부장) 담화의 주제였던 핵은 분명한 경고였다”며 “‘안전하게 살려면 재발을 막아라’ 이것이 담화의 기본 줄거리”라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김 부장의 담화를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 교류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 것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장 부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적수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당국자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결단코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 상관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북측도 호응해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장 부상의 담화와 관련해 “비난과 모욕적 언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발사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 사항들을 점검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중동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계기관에 대비태세 유지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또 이번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 행위인 만큼 즉각 중단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국제정세 불확실 속 남북관계 관리
북한이 남한의 유감 표명에 긍정 반응을 보이면서도 낙관론을 차단하는 양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무인기 침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 부장은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내부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점치는 해석이 나오자, 김 부장은 “개꿈같은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적국과의 경계선은 견고해야 한다”고 대화 여지를 끊었다.
이 같은 패턴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미국·이란 전쟁 등 국제 정세가 북한의 대남 메시지 관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중동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상황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남 관계에 있어 대결모드에서 관리모드로 급전환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감안하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