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38일 만에 임시 휴전이라는 출구가 마련된 데는 파키스탄 등 주변국들의 중재와 이란의 주요 동맹국인 중국이 막판 설득에 나선 것이 사태 해결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파키스탄이 양측에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통항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이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 역시 이란 측에 ‘유연성을 발휘한 긴장 완화’를 촉구하면서 막판 협상 수용을 강하게 요구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고대로 미군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과 인프라를 타격할 경우 발생할 경제적 파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쟁이 길어지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이란이 선적한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했다. 중국은 최근 전쟁 국면에서 파키스탄과 함께 ‘중동 평화 5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중재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이란을 설득한 것이 사실인지 등에 관한 여러 건의 질문에 모두 구체적인 답변 없이 “중국은 관련국들이 휴전 계획 합의를 선포한 것을 환영하고, 파키스탄 등 국가가 한 중재 노력을 지지한다”고만 답했다.
중재국으로 핵심 역할을 한 파키스탄의 존재감도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동 전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중재국 역할을 자처했다. 파키스탄 정부 실세로 평가받는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이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고, 이튿날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했다. 샤리프 총리는 협상 시한을 약 5시간 앞두고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기간을 2주 연장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무니르 총사령관은 휴전 합의 발표 직전인 오후 5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주로 오만이나 카타르 등 중동 국가가 주선했지만, 이번에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으며 직접 중재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미군 기지가 없어 이란의 공격을 받지 않았고, 이란과 인접국이자 이슬람 형제국인 파키스탄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일단 포성이 멎었다는 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휴전 합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날 오후 약 25분간 전화 회담을 한 뒤 기자단에 이같이 밝히면서 “사태의 조기 진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함과 동시에 호르무즈해협을 항행하는 모든 선박의 안전 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휴전을 환영하며 “현재 중동 전쟁의 모든 당사자들에게 국제법에 따른 의무들을 준수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절실히 필요한 긴장 완화를 가져온다”고 반겼고, 레오 14세 교황도 “세계 다른 분쟁에서도 대화 의지가 해결의 도구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