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시한 전 이란을 거친 언사로 압박하다 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지 않기 위한 협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가 본격화하기 전 종전 실마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고, 이란 역시 확전 부담과 경제적 타격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파국 위기 앞에 일단 시간은 벌었지만 최종 종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휴전이 발표된 7일(현지시간) 오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을 통한 출구 전략이 마련될지는 불투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완전히 사라질 것” 등의 과격한 말을 내뱉고, 이란 원유 수출 거점 하르그섬을 때리며 위협했다. 그러다 극적으로 합의를 발표했다.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전 상대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스타일이 드러난 것이다. 이미 네 번째 시한을 제시한 상황에서 이번을 놓치면 확전 기로에 놓이는데, 최근 연설 등을 동해 “전쟁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금이 휴전 뒤 종전을 도모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역시 미국의 인프라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안게 될 경제적 충격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외교적 고립에 부담을 느껴 일단 휴전에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협상은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이란과의 대면 협상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그간 대이란 협상을 진행해온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외에 J 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8일 이란에 성실한 협상을 촉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진전을 이루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이 협상단을 이끈다고 이란 ISNA통신이 전했다.
이란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10개 항이 주요 협상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가침 보장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지속적인 통제권 △우라늄 농축 허용 △모든 1·2차 제재 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안 전면 종료 △이란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 △지역 내 미국 전투 병력 철수 △레바논 이슬람 저항 세력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 종식 등이다.
이란은 이를 미국이 받아들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이 실제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우라늄 농축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이란과 협력해 핵 잔해를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15개 요구안 상당수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본격 협상 전부터 서로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전에도 양측 협상은 평행선을 달린 바 있어 전격적인 정권 교체가 없는 이란 지도부와 미국이 이전과 다른 협상이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호르무즈해협 통행 문제도 관건이다. 이란은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협상에 참여했던 지역 당국자는 “2주간 휴전 계획에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란은 거둬들인 자금을 재건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라며 수익으로 이란이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행료 부과라는 이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편, 해협 관리에 미국이 관여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그는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는 해협 통과 관리를 이란이 아닌 미국이 맡아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경우 전쟁 이전보다 더 나쁜 결과가 될 수 있어 한국 등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반발할 수 있는 안이다.
이스라엘도 변수다. 휴전 합의를 중재한 파키스탄은 레바논도 합의에 포함된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는 작전을 계속한다”며 8일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정보본부 및 사무실, 로켓·해군부대, 헤즈볼라 정예부대인 라드완군과 항공부대 등을 공격했다면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고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휴전은 취소”라고 경고한 바 있어 휴전 합의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합의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며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큰 입장 차이를 보여,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