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수도권 직업계고 졸업생 ‘일반대 > 전문대 입학’ 첫 추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문턱 ↓
임금격차·사회적 인식도 영향
수도권 직업계고, 전문대 선호
“교육 특화… 취업 경쟁력 시급”
“학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앞으로 회사 생활에서 대학 졸업장이 도움 될 것’이라는 부모님 생각이 강했어요.”


전북의 한 직업계고를 졸업한 김모(22)씨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하면 어느 정도 돈을 받게 될지 찾아봤는데 생각만큼 대우가 좋지 않았다”며 일반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임금 격차와 사회적 인식 탓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8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직업계고 졸업자의 고등교육 참여 특징과 주요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직업계고 졸업생의 24.6%가 일반대학교에 입학해 전문대 입학(23.5%)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23년 비수도권 직업계고 졸업생 25.6%가 전문대를, 21.4%가 일반대를 입학해 둘 사이 차이가 4%포인트 넘게 났지만, 2024년 그 차이가 0.3%포인트로 근소해지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반면 수도권의 직업계고 학생들은 꾸준히 일반대보다 전문대를 많이 가는 경향을 보여 비수도권 직업계고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수도권의 직업계고 학생 중 30.1%가 전문대를, 20.8%가 일반대를 진학했다.

비수도권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문턱이 낮아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김남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지역 학생 수가 줄어들고 대학 입학 정원을 못 채우다 보니 학생들을 대학 입학으로 유도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석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평가원 원장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4년제 대학 진학이 용이해졌고 이들을 겨냥한 강화된 특성화고 특별전형이나 정원외 전형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수도권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일자리 환경이 안정적일 경우 취업을 먼저 생각할 텐데 비수도권의 경우 일자리 수가 적어 대학 입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취업자 수 증가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이 수원 등 수도권에 몰렸다. 수도권 도시에서 증가한 취업자 수는 150만명으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331만명)의 46.8%를 차지했다. 새로 생긴 일자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사회적으로 일반대 졸업자를 선호하는 것도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전문대와 일반대 둘 다 붙으면 망설임 없이 일반대를 갔다”며 “사회 전반에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학생들이 일단 취업 전선에 나가도 실질적으로 임금 수준 격차가 워낙 많이 나고 결국 대학 입학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직업교육 자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대학 입학 여부와 상관없이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특수목적고에서도 모든 학생이 전공인 외국어, 기초과학 분야를 살리지 않는다. 직업계고에도 같은 시각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도 다양해졌다. 직업계고 학생이 졸업하고 취업했냐 진학했냐에만 집중하지 말고 ‘직업교육’의 본질적 성격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