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1년 넘게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40대가 항소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유족은 엄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8일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문경)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살인과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41)씨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에 재판은 곧바로 결심까지 진행됐고, 검찰은 “범행의 중대성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는 1심과 동일한 구형이다.
반면, A씨측 변호인은 “범행 자체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피고인이 전과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점과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협조한 점을 고려해달라”며 감형을 요청했다. A씨는 “유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이날 방청석에 있던 유족에게도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피해자의 친딸은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이 이런 범행을 저지르고도 항소까지 해 더 큰 상처를 받았다”며 “어떤 처벌로도 어머니를 되돌릴 수 없지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2024년 10월 20일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4년간 교제해 온 여자 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가방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숨긴 혐의로 법정에 섰다.
A씨는 범행 이후 숨진 피해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8800여 만원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치 B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몄다.
이 사건은 피해자 가족이 “1년 동안 메신저로만 연락이 이어진 것이 이상하다”며 실종 의심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B씨의 동생은 언니가 전화 통화는 하지 않고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지난해 9월 경찰에 실종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이 B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자 A씨는 동거 중이던 다른 여성에게 전화를 대신 받게 했지만, 이 여성이 “나는 B씨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범행은 11개월 만에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를 사칭해 가족과 연락하고, 월세를 대신 납부하는 등 범행을 장기간 은폐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생명은 가장 중요한 가치임에도 피고인은 연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은닉한 채 장기간 범행을 숨겼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1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