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은 단순한 건물 높이 자체가 아니라 ‘주변 역사 경관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냐’ 하는 점입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와 입장을 같이한다고 밝히면서도 정치 공방으로 번진 논의 흐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논쟁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논란과 관련해 “본질은 건물 높이가 아니라 주변 역사 경관과의 조화”라고 말한다. 종로구 제공
정 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종로의 역사적 가치는 구민 모두가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자부심이기에 전통을 존중하되 필요한 변화는 과감히 수용하는 합리적 공존이 필요하다”며 “종묘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것만 조망권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한 가치로,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해법을 이성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구청장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종로의 입지 특성이 있다. 종로는 종묘뿐 아니라 한양도성 등 주요 문화유산이 밀집해 도심 개발과 보존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면서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 재정비 구역 등 다수 사업지가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구청장은 “시대와 현실은 급변했고 도심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규제는 여전히 과거의 관점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국가유산청이 명확한 기준이나 적용 범위 없이 HIA를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기존 제도와 중복되며 사실상 이중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정 구청장은 중앙중, 경복고 등 종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지역 토박이’다.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것이다. 민선 8기 동안 구기동과 평창동, 경복궁 일대 고도제한과 자연경관지구 규제 일부를 완화하며 주거환경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다. 정 구청장이 재개발 정책 전반에서 핵심으로 삼는 기준은 ‘조화’다. 정 구청장은 “재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이라며 “소외되는 주민 없이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개발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어르신 정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종로는 고령인구 비중이 22.4%에 이르는 자치구다. 이에 정 구청장은 취임 초부터 어르신들이 겪는 불편을 직접 듣는 데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 탄생한 정책이 ‘어르신 돌봄카’다. 2023년 10월 도입한 어르신 돌봄카는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어르신 이동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구청장은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 99%라는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이제 고지대 어르신들께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위급 상황 발생 시 바로 119에 자동 신고돼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전국 최초의 ‘119 연계 종로 비상벨’과 치매 검진부터 정신건강, 대사질환 관리까지 다양한 건강 서비스를 권역별로 제공하는 ‘건강이랑서비스’도 모두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며 내놓은 ‘고민의 산물’이다.
정 구청장은 광화문 일대를 세계적인 ‘K미디어아트’ 거점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도 공유했다. 지난달 광화문 일대에서는 BTS의 컴백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에 앞서 구는 BTS의 ‘경복궁 스페셜 필름’을 광화문스퀘어 내 10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송출했고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축제 공간으로 바뀌었다. 정 구청장은 “관광객의 발길이 종로로 이어지며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에게는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글로벌 쇼케이스 공간이 생기면서 K컬처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는 서울에서도 보기 드물게 토박이가 많고 아직도 정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따뜻한 유대감이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 종로만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며 “종로가 가진 힘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공생과 상생의 ‘생생(生生)공동체’를 만드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