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기지 공격능력’ 키우는 日, 장거리 미사일 배치 속도전 [세계는 지금]

금기 깨고 ‘공격 가능한 나라’ 전환

육상부대 2곳서 지난달부터 본격 운용
이지스함엔 북·중·러 사정권 토마호크
전투기 탑재·공격형 드론 도입도 추진

패전 후 유지한 ‘전수방위’ 원칙 흔들
정부, 억지력 강조에도 오판 등 가능성
“유사시 표적 될 것” 지역민들 반발도
“일본의 안전보장 역사에 새로운 1페이지가 새겨졌다.”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호위함 ‘조카이’에 미국산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난달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서 열린 직후 NHK방송 기자 출신 정치·외교 저널리스트 마스다 쓰요시는 이렇게 말했다. 토마호크는 사거리가 1600㎞ 이상이어서 9월 일본 근해에 실전 배치되면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사정권에 두게 된다.

12식 지대함 유도탄 능력 향상형. 일본 방위성 제공

일본은 향후 최대 400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8척의 이지스함에 순차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마스다는 일본 주간 겐다이비즈니스 기고문에서 “일본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온 ‘적 기지 공격능력’(반격능력)이 마침내 구체적으로 자위대에 갖춰졌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내세웠던 ‘전후 체제 탈피’와 ‘자기 나라는 스스로 지킨다’는 의지와 염원이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육·해·공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적 기지 공격능력이란 침공해 오는 상대의 미사일 거점이나 군함 등을 적 부대의 위협권 밖에서 대처하는 역량을 뜻한다. 그 핵심이 장사정 미사일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이를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최초로 육상 부대에 장사정 미사일이 배치돼 운용단계에 들어갔다. 규슈 구마모토현 겐군 주둔지에 ‘12식 지대함 유도탄 능력 향상형’이, 도쿄 인근 시즈오카현 후지 주둔지에는 ‘25식 고속 활공탄’이 배치됐다. 모두 일본산으로, 상대 사정권 밖에서 쏠 수 있어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상황에 따라 주둔지 밖으로 이동시켜 발사할 수도 있다.

12식 지대함 유도탄 능력 향상형은 전투기 발진 거점이 되는 항공모함, 낙도에 접근하는 강습상륙함 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200㎞였던 기존 사거리를 1000㎞로 늘렸다. 겐군 주둔지에서는 중국 연안부와 대만 인근 해역, 북한 일부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

25식 고속 활공탄은 낙도에 상륙한 적 부대를 격퇴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고고도를 초음속으로 날아 탐지·요격이 어렵다. 현재 사거리는 수백㎞이지만 개량을 통해 200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 동북부 일부 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

일본은 앞으로 장사정 미사일 배치 장소를 늘리고 운용방식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엔 규슈 미야자키현 에비노 주둔지와 홋카이도 가미후라노 주둔지에 25식 고속 활공탄을 각각 두고, 2027회계연도에는 후지 주둔지에 12식 지대함 유도탄 능력 향상형을 추가 배치한다. 해상자위대 호위함 데루즈키, 혼슈 이바라키현의 항공자위대 햐쿠리기지에 배치 예정인 F2 능력 향상형 전투기에도 자국산 장사정 미사일을 탑재하기로 했다.

일본은 여기에 장거리 공격형 무인기(드론)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결합해 요격당하지 않는 ‘복합 공격’ 수행 태세를 갖추려는 의도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설명했다. 항속거리 1000㎞ 이상 자폭형 도입이 유력하다. 공격 범위와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항공기, 잠수함에서 발진하거나 수중·수상 이동이 가능한 기종을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후 ‘전수방위’ 변곡점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패전 후 줄곧 유지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전했다. 전수방위란 1948년 이른바 평화헌법이 제정되면서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에 근거해 수립된 것으로,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만 자위에 필요한 최소한도로 무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적 기지를 ‘공격’한다는 발상 자체가 금기에 가까웠다.

1956년 하토야마 이치로 당시 총리가 미사일 공격 등으로 일본 영토가 침범되는 상황에 대해 “앉아서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헌법 취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다른 자위 수단이 없을 때는 적 공격 원점을 때릴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 답변을 내놓았지만, 일본 정부는 그 뒤로도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는 헌법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책 판단상 보류한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후 일본은 이지스함의 SM-3와 지상의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에 의한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를 갖추고, 적 공격 원점을 타격하는 역할은 미군에 맡겼다. 창과 방패를 명확히 나눈 셈이었다.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면서다. 북한이 일본을 사정권에 넣는 탄도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게 되고, 발사 징후 포착이나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 개발에 나서자 일본 내 여론도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우호적으로 변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이를 강력히 추진했으나 지병으로 급작스레 퇴임했고,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25식 고속 활공탄. 일본 방위성 제공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는 안팎의 거부감이 큰 공격이라는 단어를 빼고 반격능력으로 명칭을 바꾼 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시절 공식화됐다. 2022년 12월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안전보장 관련 3대 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의결하면서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은 일본의 방향 전환에 탄력을 주는 계기가 됐다. 국가방위전략은 적 기지 공격능력의 효과에 대해 ‘상대의 미사일 발사를 제약하고 요격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미사일 공격 자체를 억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대가 일본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게 하는 억지력으로써 기능할 뿐 ‘사용하고 싶지 않은 능력’이라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다.

한계도 뚜렷하다. 상대의 공격 착수 여부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면 국제법상 금지된 선제공격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란 초등학교를 폭격해 다수 사망자가 나온 데서 보듯 오폭 가능성도 상존한다. 자민당 아소 다로 부총재는 억지력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물리적 힘 △그런 힘을 사용하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 △이 두 가지를 갖추고 있다는 상대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장사정 미사일이 배치된 지역에서는 ‘유사시 적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상대 군 기지가 주된 폭격 대상이 된 점은 현지 주민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