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지난해 26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10개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당기순이익은 26조74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3조7800억 원)보다 약 3조 원(12.4%) 증가한 수치로, 2022년 이후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개미들이 끌어올린 ‘금융투자’ 순익 62% 폭증
이번 실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다. 과거 ‘이자 장사’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은행 의존도가 다소 완화됐다.
실제로 권역별 성적표를 보면 금융투자(증권 등) 부문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2조 원(62.3%)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주도했다. 반면 보험과 여신전문금융사는 각각 6.1%, 0.7%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금감원 관계자는 “순이자마진(NIM)은 다소 줄었으나 대출 자산 자체가 늘어나 이자이익이 방어됐다”며 “여기에 증시 활황과 환율 변동 등으로 인한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 덩치는 커졌지만... ‘자산 건전성’ 하락은 숙제
금융지주의 몸집은 커졌다. 연결총자산은 4067조4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12조7000억 원(8.3%) 증가하며 처음으로 40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자본 적정성 지표인 총자본비율 등도 규제 기준을 상회하며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도 존재한다.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5%로 전년 말(0.90%)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반면 이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06.8%로 전년(122.4%) 대비 15.6%포인트 급락해 기초 체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현재의 실적 잔치보다는 향후 닥칠 ‘대외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환율·고유가 기조의 장기화가 국내 금융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맞지만,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