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우발적 사고…‘이주노동자 에어건 분사’ 업체 수사 확대

업체 측 진술 오락가락…숙소 방치한 정황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에어건을 분사해 장기 파열 등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사업주 측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경찰 수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상해 혐의로 입건된 경기 화성시의 도금업체 대표 60대 A씨는 사건 경위에 대해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진술했으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A씨는 최초 언론 보도가 있던 7일 일부 언론에 “내가 쐈다. 같이 일하면서 장난을 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A씨의 해명은 조금씩 달라졌다.

 

A씨는 같은 날 있었던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에선 “(피해자의) 신체를 향해 에어건을 (고의로) 분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다른 언론사 취재에선 “돌아서면서 부딪혔는데 에어건에서 ‘칫’ 소리가 나긴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피해자가 당일 오전부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10차례 넘게 다녀왔다”며 에어건 분사와 장기 손상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도 했다. 

 

피해자인 40대 태국인 노동자 B씨는 작업대에서 몸을 숙인 채 일을 하던 중 A씨가 다가와 항문 부위에 에어건을 밀착해 고압 상태의 공기를 분사했다면서 처음부터 일관된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A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상해 혐의로 형사 입건한 뒤 출국금지 조치했다. 

 

앞서 사건 당일인 지난 2월20일에는 “병원 이송이 필요한 외국인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이 B씨가 있던 병원 앞으로 출동해 A씨 부부로부터 허위로 추정되는 진술을 청취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A씨 아내는 “(피해자가) 동료와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B씨가 단순 사고로 다친 것으로 판단하고, 환자를 자체 이송하겠다는 A씨 부부의 말에 후속 조처 없이 상황을 종결했다.

 

당시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으며, 이튿날 새벽부터 심한 복통을 느끼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 수술받았다.

 

B씨는 외상성 직장천공 등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2011년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했다가 2020년 7월 체류 기간이 만료돼 불법체류 신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보고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B씨가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국내에 머무르며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적극 조치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현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