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최후의 순간까지 왔다”…‘한 합 승부’에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운명이 갈린다, V리그 남자부 왕좌를 가릴 5차전 관전포인트는?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천안=남정훈 기자] 결국 최후의 순간까지 왔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한 합 승부’로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왕좌의 주인을 가린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을 치른다. 이 한 판에 양 팀의 한 해 농사 ‘풍흉’이 엇갈리게 됐다.

이번 챔프전은 양 팀이 정상의 무대에서 치르는 통산 여섯 번째 맞대결이다. 2016~2017시즌 처음 챔프전에 만난 두 팀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2020년대 초중반까지 V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자리잡았다. 2016~2017, 2018~2019, 2024~2025시즌엔 현대캐피탈이, 2017~2018, 2022~2023시즌엔 대한항공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두 팀 모두 V리그 챔피언결정전 통산 우승 횟수가 5회로 같아 이번 10일 펼쳐지는 5차전 승자 팀이 ‘V6’를 먼저 달성한다.

이번 챔프전은 앞선 다섯 차례의 맞대결과는 달리 유독 더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4일 인천에서 펼쳐졌던 2차전 5세트에서 나왔던 ‘로컬룰 논란’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의 14-13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레오(쿠바)의 강서브가 사이드 라인에 물리게 떨어졌지만, 원심과 비디오판독에서 ‘코트 접지 면을 기준으로, 공이 최대로 눌린 상황에서 라인의 안쪽 선이 보이면 아웃, 보이지 않게 가릴 경우를 인’으로 판독하는 KOVO의 ‘로컬룰’에 의해 아웃으로 판독됐다. 결국 듀스 끝에 대한항공이 승리하자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은 “우리는 승리를 강탈당했다. KOVO 총재와 심판위원장은 한 굴레에 있다”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대한항공도 블랑의 ‘선 넘는’ 발언에 선수단 전체가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분위기는 현대캐피탈의 우세다. 인천 원정에서 1,2차전을 모두 풀 세트 끝에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배구 특별시’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응원을 자랑하는 천안 홈에서 3,4차전을 모두 3-0 셧아웃 승리로 끝냈기 때문에 심리적인 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 플레이오프 2경기도 모두 풀 세트를 치러 체력적인 면에서 한계에 다다른 현대캐피탈로선 3,4차전을 여섯 세트 만에 끝내 체력을 최대한 아낄 수 있었다.

레오-허수봉으로 이어지는 최강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이 건재한 가운데, ‘리시빙 아포짓’으로 수비적 역할이 큰 신호진이 공격에서도 쏠쏠한 역할을 해주면서 좌우 삼각편대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다. 여기에 3차전까진 토스워크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던 코트 위 사령관 황승빈도 4차전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공격 배분이 살아났다. 4차전을 마친 뒤 허수봉은 “플레이오프 2경기도 모두 리버스 스윕으로 이겼던 우리다. 챔프전도 리버스 스윕으로 역전 우승의 드라마를 쓸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의 메리트인 체력적 우위를 3,4차전 패배로 다 잃었다. 게다가 챔프전을 앞두고 아포짓 전문 외인인 러셀(미국)을 내보내고 미들 블로커가 주 포지션인 호세 마쏘(쿠바)를 교체한 게 악재가 되는 모양새다. 괴물 같은 타점의 속공은 위력적이지만, 리시브가 잘 된 상황에서만 속공을 쓸 수 있어 활용폭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서브 1위였던 러셀에 비해 마쏘는 서브의 위력도 약한 데다 서브 범실도 4경기에서 21개에 달할 정도로 불안하다. 1차전만 해도 18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던 마쏘의 코트 지배력은 챔프전이 진행될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허수봉도 “러셀의 무회전 강서브는 아무리 분석해도 물리적으로 받아내기 힘든 서브였다. 러셀이 뛰는 대한항공이 더 힘든 상대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질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이 5차전에서 주전 아포짓을 교체할지도 관심사다. 3차전까진 좋은 생산력을 보였던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4차전에서 11점(공격 성공률 37.5%)으로 부진했다. 마쏘가 아포짓 스파이커도 소화가 가능한 만큼 ‘마쏘 아포짓 카드’로 변화를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다가 시즌 중 정지석, 임재영 등 주축 공격수들의 연쇄 부상으로 리그 최고 리베로였던 료헤이(일본)를 대신해 이든(호주)를 데려온 것도 챔프전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4년차 리베로 강승일이 경험이 일천해 4차전에선 한때 정지석과 더불어 팀을 대표하는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16년차 곽승석에게 주전 리베로를 맡겼지만, 리시브 효율도 21.74%로 떨어졌고 전성기에 비해 발도 느려져 디그 생산력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이 믿을 구석은 현역 최고 세터로 군림하고 있는 한선수의 노련한 경기운영과 4차전에서 혼자 대한항공의 공격진을 이끌다 시피한 정지석의 파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