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벽 허무는 신비로운 언어의 힘

천사들의 문법/에드워드 윌슨-리/김수진 옮김/까치/2만2000원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가 낳은 수많은 천재 중에서도 유별난 이가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다. 그냥 똑똑한 게 아니라 지식 자체를 탐욕처럼 사랑한 인간이었다. 철학·신학·법학을 공부했고 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아랍어에 능통했다. 중세 스콜라철학, 신플라톤주의, 유대 신비주의, 이슬람 철학 등 서로 다른 사조(思潮)를 꿰뚫은 지성이었다.

그런 피코는 스물세살 때 유럽 전역 학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로마로 오시오. 나와 토론합시다.”

에드워드 윌슨-리/김수진 옮김/까치/2만2000원

저자는 이처럼 흥미진진한 피코 생애를 축으로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한다. 토론회를 위해서 피코가 작성한 연설문은 ‘르네상스 선언문’이라고 불린다. 특정한 종교나 사상에 얽매이는 대신 세상의 여러 지식을 망라하는 지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일자(一者)가 되는 보편진리를 추구했다.



피코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언어에 내재된 신비로운 힘이었다. 다양한 언어를 익힌 피코는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구전 전통에서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음을 발견했다.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에서부터 종일 귓가를 맴도는 노래의 후렴구,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개인 사이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게 하는 ‘천사들의 문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