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요할 때 나토 없었다” 보복 예고 [美·이란 불안한 휴전]

뤼터 총장 백악관 찾아 달래기에도
소득 없어… 美·나토 균열 더욱 가속
트럼프 “그린란드 기억하라” 위협
나토 주둔 美병력 재배치 검토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균열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더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국면에서 나토의 비협조에 공개적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보복 논의까지 이루어지는 국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가 그들이 필요할 때 나토는 없었고, 우리가 다시 그들이 필요할 때 그들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쌓인 나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해당 글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비공개로 만난 이후 게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연합 등 이란 전쟁 대응에 대한 협조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나토 회원국들에 여러 차례 서운함을 나타낸 바 있다. 결국, 뤼터 사무총장이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으나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미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을 “전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유럽 대다수 국가가 미국에 협력했으며, 이란과의 전쟁도 지지한다고 밝히며 ‘트럼프 달래기’ 행보를 공개적으로도 이어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게시글에서 “크고, 엉망으로 운영된 얼음 조각, 그린란드를 기억하라”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중 한 곳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왜 언급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대한 불만으로 나토를 탈퇴할 경우 그린란드를 힘으로라도 차지하겠다는 자신의 야심을 제어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의 비협조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나토 회원국의 주둔 병력을 협조한 회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과 나토 탈퇴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는데, 상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나토 탈퇴 대신 이 같은 보복 카드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전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약 8만4000명 규모로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방안을 시행할 경우 군사 훈련과 순환 배치에 따른 소규모 재배치가 아닌 대규모 병력 이동이 불가피하며, 유럽의 안보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병력 재배치 외에도 유럽 국가 중 적어도 한 곳의 미군 기지를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 증액에 반대한 스페인이나 미국·이란 전쟁을 강하게 비판해 온 독일 내 기지가 폐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 보도에 한국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주한미군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주한미군은 두더라도 파병 요구에 곧바로 호응하지 않은 점을 들어 한·미 간 무역·안보협상에 연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