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ESG공시 도입 후퇴안’… 산업부 제시 따랐다”

업계, 공시초안 산업부 주도 주장
“기업 축소 등 업체 입장 반영 동의”
금융위 “부처와 협의한 것” 선그어

국회·국민연금은 시기·대상 반대
“이달 최종안 기업 수 확대 가능성”

금융당국이 내놓은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이 산업통상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국회와 국민연금공단이 초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이번 달 말 발표할 최종안을 두고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이번에 발표한 초안은 사실상 산업부가 주도한 것”이라며 “산업부가 기업 입장을 반영해 시행시기를 뒤로 미루고 기업 수를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고, 금융위는 산업부 아바타처럼 해당 내용을 따랐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4년 대한상공회의소 등 4개 경제단체는 2029년 시행을 건의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뉴시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한 것이지 산업부 의견을 더 비중 있게 반영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금융위가 기존보다 후퇴한 내용을 발표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문재인정부 당시에는 2025년 시행·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대상이었지만 금융위는 2028년 시행·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로 시행시기와 대상을 완화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국민연금은 금융위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공시 시기와 공시대상 기업 수 등의 보완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튿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보다 더 후퇴한 윤석열정부 안을 가지고 의견수렴을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위 관계자가 직접 신 의원실에 찾아가 전 정권 내용을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도 초안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8일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은 상장기업의 ESG 정보를 법정 공시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는 현재 국회·국민연금 등에서 나온 비판적 의견을 인지하고 산업계와 비산업계로부터 받은 의견수렴 내용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의사 등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검토해 이달 말에는 일정 변동 없이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비판이 나오는데 금융위가 아무런 변화 없이 최종안을 발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명정부가 국회 의견을 중요시하는 점도 금융위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시 시기를 당기기보단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기업 수를 확대하는 쪽으로 바뀐 제도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