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공수처장도 ‘피고발인’… 법왜곡죄 보완 시급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 2) 시행 한 달을 맞아 본지가 취재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공수처와 전국 경찰이 접수한 법왜곡죄 고소·고발 사건이 총 40건으로 나타났다. 고소·고발을 당한 이들은 사법부 수장 조희대 대법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 재판장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한 오동운 공수처장과 조은석 특별검사 등이다. 명단만 봐도 ‘사법 정의 실현’이란 법왜곡죄 도입 취지와 무관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사안들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 헌법이 채택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핵심은 ‘범죄 구성요건에 관한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왜곡죄는 판사, 검사, 경찰관 등이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법 적용을 하거나 하지 않아 수사 또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모호할 따름이다. ‘의도적으로 법 적용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과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입증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최근 서울경찰청장은 “법왜곡죄 사건은 대부분 자기 판결이나 수사에 대한 불만 내용”이라고 말했다. 법 규정이 애매하니 터무니없는 목적으로 오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과 수사의 핵심은 독립성이다. 판검사들이 언제든지 법왜곡죄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신 있는 재판과 수사가 과연 가능하겠는가. 혹자는 ‘그럼 비위 판검사들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우리 헌법과 법률은 판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제도를 갖추고 있다.

야당과 법조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왜곡죄 도입을 관철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런 부작용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실은 여권 내부에서조차 ‘문명국의 수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여당은 ‘검찰·사법개혁’이란 미명 아래 일방적으로 법률 개정을 밀어붙였다. 본심은 정권 입장에서 껄끄러운 판검사들을 겨냥한 압박일 것이다. 법원·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와 재판의 정상화를 위해 법왜곡죄는 결함을 보완하는 입법이 시급하다. 폐지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