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달과 사랑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구의 한국학교에서 와세다(早稲田)대로 향하는 언덕에 나쓰메자카도오리(夏目坂通)라는 길이 나온다. 일본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의 생가가 있던 곳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현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로 작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였다. 1000엔 지폐에서도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교사 시절 “I love you”를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번역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제자에게 “일본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달이 아름답네요(綺麗)’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 일화를 알게 된 뒤 영어로 “Good afternoon”을 번역한다면 “좋은 오후입니다”가 아니라 “식사하셨어요”라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일화는 사실이라는 설과 창작이라는 설이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달과 사랑을 연결해 생각했음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영화 ‘첨밀밀(?蜜蜜)’ 삽입곡 중 하나인 대만 여가수 덩리쥔(鄧麗君)의 ‘웨량다이뱌오워더신(月亮代表我的心)’도 그렇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물었죠”라면서 “저 달이 내 마음을 대신한다”는 의미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로미오와 줄리엣도 달님을 두고 사랑을 맹세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윤모씨의 ‘호수위 달 그림자’나, 그 아내 김모씨의 ‘어두운 밤의 달빛’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지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간 인간이라는 영예를 안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 이들이 달의 크레이터(구덩이)에 이름을 하나 붙이고 눈물을 훔쳤다. 202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우주선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캐럴(Carroll)이란 이름이다. 이 지점은 특정 시기 달이 지구를 공전할 때 이 땅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달이 사랑을 또 하나 품었다.

인류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달을 넘어 우주의 먼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경쟁을 하고 있다. 달을 보며 느껴온 사랑의 감정은 잃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