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포스코, 하청 노조와 협상’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 뒤흔든 정부 명확한 기준 담은 보완책 서둘러야
포스코 사상 첫 적자 기록할듯…대외악재 탓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8일 실적발표가 예정된 포스코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이 연간 기준으로 순손실(연결기준)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돼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6.1.28 kane@yna.co.kr/2016-01-28 14:53:50/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포스코가 여러 하청 노조와 각각 별도교섭을 해야 한다는 노동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그제 민노총 전국금속노조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받아들였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첫 교섭단위 분리 결정이자 대기업·민간 가운데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사례다. 앞서 포스코가 한국노총 하청 노조 교섭에 응한 걸 생각하면 원청 노조를 비롯해 하청 노조 3곳(민노총 2, 한국노총 1)과 교섭해야 한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쪼개기 교섭’에 응해야 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했다.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 전 강조했던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흔든 게 문제다. 그간 교섭단위 분리 요건은 근로조건·고용 형태 차이 등에만 예외로 인정됐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기본적으로 따로 원청과 교섭할 수 있지만 하청 노조 간에서는 창구 단일화가 적용됐다. 헌법재판소도 2012년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는 기준을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등으로 규정했다.
이번 결정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민노총 금속노조의 2006∼2024년 평균 교섭 기간은 123일에 달했다. 포스코가 순차 교섭을 진행한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1년 이상 걸린다. 교섭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산업안전’을 앞세워 테이블에 나온 후 임금·복지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 한 달 만에 하청 노조 985곳(조합원 14만3786명)이 교섭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의제가 없는 교섭 요구서나 교섭 대상 하청업체도 알려주지 않는 ‘막무가내’식 요구가 빗발친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자동차·조선 등 대기업일수록 다양한 공정으로 얽혀 있어 하청 노조별 요구와 교섭 일정, 의제가 제각각이다. 교섭 인력과 법률 검토, 자료 작성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고사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도 어려워진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대체인력 투입이 어려워진다. 생산 차질로 인한 경쟁력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하청 노조 간 노노 갈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용자성 인정과 교섭단위 분리 적용은 명확한 기준을 세워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당장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혼란부터 막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