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경고일까. 여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예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호남권을 습격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3개월 이상 빨라진 출현 속도에 보건당국은 예방접종과 방역 수칙 준수를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9일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전남 여수지역 검역구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확인됐다.
이번 발견이 충격적인 이유는 그 ‘속도’에 있다. 지난해 호남권 첫 발견일(7월22일)과 비교하면 100일 가까이 앞당겨진 수치다. 최근 5년간의 기록을 봐도 출현 시기는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 2022년 7월 중순이었던 첫 발견 시점은 2024년 5월로 진입하더니 올해는 아예 4월 초순으로 ‘점프’했다. 센터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매개 모기의 활동 시기를 대폭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질병청은 앞서 지난달 20일 제주에서 올해 첫 매개 모기를 확인하고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번 호남권 발견은 남부 지역 전역에서 모기 활동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일단 뇌염으로 진행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고열과 발작, 마비 증상을 동반하며 환자 10명 중 2~3명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회복하더라도 절반 가까운 환자가 신경계 합병증을 겪는 무서운 질환이다.
최근 10년간 국내 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연평균 17.4명이 발생했는데 주목할 점은 연령대다. 최근 5년간 환자의 65.9%가 5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됐다.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에게는 ‘소리 없는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보건당국은 일본뇌염 예방을 위해 예방접종 대상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논, 연못, 관개수로 등 고인 물에 주로 서식하며 야간에 활동이 활발한 특성이 있다.
윤정환 호남권질병대응센터장은 “호남권에서도 매개 모기 활동이 확인된 만큼 야외활동 시 모기 물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특히 50대 이상 고령층과 미접종 아동은 예방접종을 빠짐없이 받아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