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는 오는 5월9일까지 매매계약 체결뿐 아니라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완료해도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경우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코스닥 상장사 삼천당제약의 주가 급락 사태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불투명한 공시 관행이 시장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정식 공시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성과 등 호재성 정보를 부풀리는 행태가 투자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맞춤형 공시 서식 개정에 착수하는 등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월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해도 양도세 중과 유예
정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한을 당초 발표대로 올해 5월9일로 하되, 해당 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면 중과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토지거래허가 신청 증가 및 지역별 허가처리 속도 차이, 시·군·구청의 심사 소요기간(15영업일) 등을 감안하면 4월 중순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더라도 5월 초까지 허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심사 기간을 고려해 이달 17일을 사실상 신청기한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넘기면 중과 배제 여부가 불확실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어 (5월9일까지) 신청분까지 인정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매도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가 올해 5월9일까지 시·군·구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 허가를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4개월 또는 6개월 이내 양도를 마무리하면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은 4개월 이내인 올해 9월9일까지, 지난해 10월16일 신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11월9일까지 양도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다주택자가 제3자에게 임대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역시 완화된다. 5월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면 실거주 의무가 임대차계약상 최초계약종료일까지 유예된다.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전입신고 의무도 유예된다.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또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개월 중 늦은 시점까지 전입을 미룰 수 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전세 낀 매도’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에게만 매수자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한 데 대해 1주택자 ‘역차별’ 해소를 주문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매물 증가 효과와 함께 한시적으로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계약 부풀리기’ 그만…제약·바이오 공시 뜯어 고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공시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다.
당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바이오 기업의 공시 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들이 엄격한 정식 공시를 피하고 호재성 정보를 먼저 흘리는 관행을 개선하는 문제를 주요하게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밝힌 신약 개발 계획과 실제 역량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도록 공시 내용의 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 과장 공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높이는 등 형식에 머물러 있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은 조만간 구체적인 공시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불투명한 공시와 계약 부풀리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삼천당제약 사태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맞물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삼천당제약에 대해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과 관련한 공정공시 미이행’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회사가 2월 정식 공시 절차를 밟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자사 제품의 해외 실적 전망을 배포한 점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국 업체와의 라이선스계약 역시 계약 상대방을 비공개한 데다 파트너사 수익의 90%를 수령한다는 이례적인 배분조건을 내세워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연이은 논란에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118만4000원까지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9일 50만4000원까지 하락했다. 주가 급등 직후 불거진 전인석 대표의 2500억원 규모 대주주 지분 매각(블록딜) 계획 발표가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표가 지분매각 계획을 철회했으나 이후에도 주가는 큰 변동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기간에 주가가 절반 이하로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측이 자사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와 연구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증권가 리서치 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짚어주는 객관적인 보고서 발간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제한돼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코스닥 바이오 기업의 공시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오산업 특성상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력이나 임상 단계별 투자 방안 등 구체적인 역량 관련 공시는 투자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및 투자 역량 관련 공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