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김소영 고의성 부인…재판부 “정황 통해 판단”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 사진=서울북부지방검찰청 제공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20)이 첫 공판에서 살해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또 피해자 진술조서와 일부 수사보고서 등에 대해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고의를 입증한다는 부분 자체는 사람의 내심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는 만큼 정황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전날인 9일 오후 살인 및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소영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소영은 황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에 오 부장판사는 사유를 묻고 김소영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마스크를 벗으라고 지시했다.

 

김소영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음료를 마시고 잠들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상해나 사망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나 살인 및 특수상해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고의성’ 여부를 지목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약물을 타서 먹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특수상해와 살인에 대한 고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결국 고의 입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짧은 기간 동안 3건이 이어졌다. 범행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고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한데 이를 집중적으로 입증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오 부장판사는 또 “피고인의 고의를 입증하는 부분은 정황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만나게 된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김소영 측에 주문했다.

 

김소영 측은 이날 피해자 진술조서와 일부 수사보고서 등에 대해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다.

 

앞서 김소영은 선처를 요구하며 반성문을 제출했다.

 

김소영은 자신의 처벌을 두려워하면서도 숨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김소영은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0일 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이 중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의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소영은 추가 피해자 3명에게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에 추가 송치됐다. 이로써 피해자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총 6명으로 늘었다.

 

김소영은 자신의 범행으로 두 명이 사망했음에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반성의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인터뷰한 김소영은 “무기징역을 받을 것 같다”며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엄마를 못 볼까 봐 무섭다. 엄마 밥이 먹고 싶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 그는 “작년 8월 유사 강간 피해를 입어 강북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검사가 해당 남성이 절도로 맞신고 하겠다고 하자 허위 신고가 아니냐고 의심했다.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약에 대해서는 여러 번 말했는데, 무서워서 재우려고 한 것”이라며 “가루약이라 용량을 몰라 양이 늘어났다”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다.

 

김소영의 사이코패스(Psychopathy)적 기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소영은 앞서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40점 만점 중 25점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ASPD)의 한 범주로 분류되는 사이코패스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특성을 보인다.

 

검찰은 김소영의 범행을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했다. 이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사회적 통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를 의미한다.

 

실제로 김소영은 첫 범행 직후 데이트 상대에게 “항정살이 먹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례적인 행동을 보였다.

 

김소영은 특히 평소에도 지역별 유명 카페나 고깃집, 5성급 호텔 정보를 남성들에게 보내며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사망 피해자의 유족 대리인인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공판 이후 취재진과 만나 “피고인이 약물을 사전에 준비하고 투여량을 늘려온 정황 등을 보면 미필적 고의를 넘어 확정적 살인의 고의까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족 입장에서는 (김소영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재판 과정에서 고의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며 사형 선고를 촉구했다.